<창조경제, 현장을 가다>문턱 낮춰 無名업체 입점 실험… 유통 구조 혁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공모전을 통해 지난 3월 입점한 승마복 브랜드 카발레리아 토스카나의 장건희(왼쪽 두 번째) 대표가 백화점 직원들과 매장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백화점 문턱을 낮춰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피를 수혈하라!”

유명 브랜드의 집합소로만 알려진 백화점 업계에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한 파격적인 실험이 시도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8층에서 만난 장건희 카발레리아 토스카나 대표가 이 백화점의 길거리 브랜드 공모전을 통해 발탁된 대표적 인물이다. 카발레리아 토스카나는 국내 백화점에 처음으로 문을 연 승마 전문 브랜드로, 8층에 자리잡은 매장 전면에는 알록달록한 말발굽과 화려한 원색의 승마화는 물론이고 튼튼해 보이는 안장, 클래식해 보이는 승마복 등이 진열돼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하면서 유명 연예인들이 우리 매장을 직접 찾아 의류나 안장을 사갔다”면서 “승마복을 구하려면 인터넷을 통해 5년이나 된 재고를 비싸게 사거나 해외에 직접 나가서 사는 일이 다반사여서 2년 전 창업을 결심한 건데 불과 몇개월 만에 유명 연예인들을 고객으로 모시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발레리아 토스카나는 신세계백화점 입점 효과에 힘입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2호점을 낼 수 있었고, 내년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3호점을 낼 예정이다.

장 대표는 “승마장이 최근 2년 사이에 200여 개에서 300여 개로 늘어날 만큼 승마를 즐기는 애호층의 저변이 급격히 넓어지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장르의 아이템인데다, 장래성도 밝아 공모전에서 선택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백화점과 손잡으면서 선진 관리기법, 시장 및 고객 트렌드 변화 등과 같은 생생한 정보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된 데다 매장 운영과 관련된 실질적인 혜택도 받고 있다.

공모전 출신인 만큼 장 대표의 이력도 이채롭다. 장 대표는 오비베어스 시절 1군에 발탁됐다가 전지훈련 도중 부상으로 프로야구 현역 생활을 접고 이후 야구인 1호 스포츠마케팅 박사, 프로야구 해설위원, 단국대 초빙교수 등을 거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왔다. 10년 전부터 승마를 즐기다가 승마 관련 의류 및 용품 시장이 워낙 낙후한 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직접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이재진(상무) 신세계백화점 패션연구소장은 “공모전을 통해 카발레리아 토스카나를 발굴하지 못했다면 여전히 승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고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무장한 우수 중소기업이나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할 수 있는 공모전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로 2회째인 길거리 브랜드 공모전을 지난 8월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총 92개 업체가 지원한 가운데 1차 서류 심사와 2차 현장 상품경쟁력 심사를 통과한 15개 업체가 오는 11월 12일 열리는 공개 오디션에 참가할 예정이다. 심사는 신세계백화점 입점 업체 대표, 패션 디자이너 및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가들이 맡는다.

참가 자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웃렛 등 기존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한 경험이 없는 전문업체(식품업종 제외)다.

신세계백화점은 또한 본점 인근의 남대문시장 상인과 손잡고 남대문 상권을 쇼핑 특구로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조창현 신세계백화점 본점 점장은 “우리와 남대문시장이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상권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명동과 남대문을 세계적인 쇼핑 명소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남대문 상권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을 시작으로 영등포점(대신시장), 인천점(석바위시장), 경기점(용인중앙시장), 마산점(부림시장) 등으로 주변 전통시장과의 상생 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