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2015년 시행땐 2兆대 시장·3만명 고용창출… “오진 위험·환자 쏠림 문제” 의료계선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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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29일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등의 접근성을 높이고, 첨단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원격진료 허용이 절실하다는 것이 복지부가 밝힌 추진 배경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오진 가능성을 높인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원격진료 허용을 추진하는 이유와 환자들의 편익, 의료체계의 변화, 보건의료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본다.


1. 원격진료란

원격진료란 의사 등 의료인이 정보기술(IT) 기기를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의 질병에 대해 관리·진단·처방 등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거리가 떨어져 있거나 시간적 이유로 직접 만날 수 없는 경우, 의료정보 및 전문적 조언을 원격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진료뿐만 아니라 의료행정, 의학교육, 자문과 의뢰 등을 제공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간호사·응급구조사·의사 등 의료인과 의사 사이에 이뤄지는 원격자문과 의사-환자 간의 원격진료로 구분된다. 원격진료에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진단과 처방전 발행이 포함된다. 원격진료는 1959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 정신병원과 112마일 떨어진 주립정신병원을 연결한 것을 효시로 꼽는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원격진료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 복지부 추진 이유

복지부가 원격진료 허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국민편익 증진과 첨단의료산업의 발전이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상시적 관리가 가능하다고 복지부는 설명한다. 또 다양한 서비스 개발 등 수요에 맞춰 고부가가치 첨단의료산업의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3. 원격진료 가능한 병원·환자

정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해도 모든 병원이 원격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대상을 1차 진료기관인 동네의원에 한정했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병·의원이 없는 도서·벽지 주민은 초·재진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정신질환자는 재진만 가능하다.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는 특정 병·의원에서 초·재진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수술·퇴원 후 특별관리가 필요한 재택환자는 의원이 아닌 병원에서도 재진을 받을 수 있다. 또 군·교도소 등 특수지 환자는 병원에서 초·재진이 모두 가능하다. 복지부는 이 같은 원칙을 갖고 구체적인 범위는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4. 원격진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원격진료는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보내면 의사가 이를 바탕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순으로 진행된다. 정기적으로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당뇨 환자의 경우 집에서 주기적으로 직접 혈당을 측정해 결과를 스마트폰 등으로 의사에게 보내면, 의사는 진료실에서 해당 환자의 진료 기록을 확인하면서 처방과 함께 혈당 조절 방법을 설명해 줄 수 있다. 고혈당이나 저혈당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날 경우에는 환자에게 방문을 요청하게 된다. 산골 오지마을에 사는 ‘컴맹’ 노인들의 경우 인근 보건진료소에 설치된 원격진료시스템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보건소에는 의사가 없지만 간호사가 배치돼 있어 혈당이나 혈압을 재고,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를 의사에게 전달한다.


5. 건강보험 적용되나

복지부는 아직 원격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정하지 않은 상태다. 원격진료의 기본 모형을 정해 이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평가해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결정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구상이다. 모형은 ▲노인·장애인, 취약지 주민 등에 대한 기초평가 중심의 초진 ▲안정적인 상태의 질환자에 대한 반복처방 중심의 재진 ▲고혈압·당뇨 등 지속적 모니터링과 전문 상담·교육 등이다. 하지만 원격처방과 전문 상담·교육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6. 원격진료 시장 규모

원격진료는 그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탓에 시장 규모도 정확히 산출하거나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기관마다 전망치도 크게 다르다. 미국 컨설팅사 ‘BBC리서치’는 원격진료의 세계시장 규모가 2011년 116억 달러(약 13조 원)에서 2016년 273억 달러(3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번’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국가의 원격진료 시장 규모가 지난해 88억 달러(10조 원)에서 2017년 107억 달러(12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7. 의료산업에 미치는 영향

원격진료가 의료산업 성장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지는 현재 추정하기 어렵다. 대상자의 규모, 처방의 범위와 내용, 진단 장비 지원 등 세부적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개정안이 큰 변화 없이 시행될 경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도서벽지 주민 등 최대 847만 명이 대상자가 된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원격진료 이용률이 전체 인구의 20%(985만 명) 수준까지 오른다면 시장 규모가 2조3700억 원에 이를 것이라 추정했다. 고용 창출 효과도 3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특히 정체 상태에 있는 고혈압·당뇨측정기, 체온측정기 등 의료기기와 원격화상시스템 등 의료장비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가 진단 장비를 구비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건산업진흥원은 전국 고혈압, 당뇨 환자의 10%가 원격진료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2030년 6226억∼1조467억 원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8. 외국의 경우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은 10여 년 전부터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의사가 화상 등 IT 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니터링은 대부분 국가들이 전면 허용하고, 처방 부분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은 16년 전인 지난 1997년 원격진료를 시작했으며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 제도에서 노인들은 집 안에 설치된 화상시스템으로 의사로부터 상담, 심리·영양치료를 받는다. 저소득층 대상의 메디케이드 제도에서는 수술 경과와 진단, 통증치료 등을 원격치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일본도 원격진료 제도를 1997년 시작했다. 대면진료가 어려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은 재진에 한해 원격으로 진료 및 처방을 받는다. 호주는 전 지역을, 노르웨이는 의료인력 부족 지역을 대상으로 원격진단과 처방을 허가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병·의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9. 의료계 반발 이유

현 개정안에서 의원급에 한해 허용되는 원격진료가 대형병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형병원에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환자들은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을 건너뛰고 수도권의 대형 종합병원에 원격진료를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또 촉진·타진·청진 등의 진찰 과정이 생략된 원격진료는 오진 가능성을 높이고,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법적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대정부 전면투쟁’을 계획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의 총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 언제부터 시행되나

의료법 개정안은 이번 달 29일까지 한 달간 입법예고된다. 복지부는 이 기간 동안 개정안에 대한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고, 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정부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어 11월 중에는 이를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하고, 연내에 국회로 보낸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다.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바로 통과가 된다면, 1년 후 효력이 발생하는 법안임을 감안해 이르면 2015년부터 시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안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8대 국회 때 정부는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으나, 야당의 반대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됐다.

박영출·유민환 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