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천당보다 서귀포가 좋지… 죽을 때까지 골프채 들고 살거야”

  • 문화일보
  • 입력 2013-11-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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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번째 나의 골프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영찬 대표, 이영란 대표, 이왈종 화백, 정안수 교수(왼쪽부터) 등 4명이 지난 10월 25일 제주 블랙스톤골프&리조트 동코스 4번홀에서 억새가 한창인 예쁜 제주도의 가을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린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제주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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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는 지난 2009년 12월 31일 ‘나의 골프이야기’ 첫 회가 나간 이래 만 4년 동안 199명의 사회 명사들이 등장해 골프와 삶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문화일보는 1일 창간 22주년을 맞아 그동안 나의 골프이야기에 연재됐던 199명의 명사 중 특별난 골프마니아 4명을 초청해 ‘200번째 나의 골프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이들 4명은 우리나라에서 골프즐기기엔 여건이 가장 좋은 ‘제주’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들이 제주를 택한 이유는 오직 골프가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들이 지난 10월 25일 제주 블랙스톤 골프&리조트에서 한 자리에 만났습니다. 모두 제주와 인연이 있지만 각기 다른 일을 해 온 이들은 첫 만남부터 라운드를 함께하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체험한 ‘골프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가수 남진의 히트곡 ‘님과 함께’처럼 푸른 초원에서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님(골프)과 함께 한 백 년 살고 싶은 열혈 골프마니아들이 있다.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이왈종(68) 화백, 김영찬(59) 제주 나인브릿지 퍼블릭골프장 대표, 여성골퍼로 홀인원을 9차례나 기록한 이영란(55) 베라웨딩 대표, 조각가인 정안수(54) 부산교대 교수다. 이들이 제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골프 덕분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골프에만 빠진 것은 아니다. 골프는 일과 삶을 내실 있고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양념과도 같다.

이 화백은 24년 전 제주에 정착했다. 추계예술대 교수이던 1989년 안식년을 맞아 1년 동안 쉬려고 제주에 왔다.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이듬해 사표를 던지고 아예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제주생활 24년째가 된 그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서귀포에 정착하면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 오고 있다. 골프를 즐기면서 골프 그림도 그리면서 화풍도 변했다. 지난 5월 서귀포시 자택에 갤러리를 겸한 작업실 ‘왈종미술관’을 개관했다. 이 화백은 “제주는 마치 열아홉 살 먹은 처녀가 오뉴월에 세수한 것처럼 싱그러움이 묻어난다”면서 “제주야말로 내게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든 곳”이라고 말했다. 그의 그림에는 화사한 꽃과 사슴, 골프장, 바다, 물고기, 강아지 등이 늘 등장한다. 그의 그림 세계는 ‘중도(中道)’를 추구한다. 돈, 술, 여자 등 일상사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뜻이다.

제주 토박이인 김 대표는 골프가 좋아 지금껏 제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딸을 둔 그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로 간 아내와도 떨어져 사는 ‘기러기’시절도 있었지만 제주를 떠나지 않았다. 퍼블릭골프장과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며 ‘골프업계’ 사람이 된 그는 제주골프협회 부회장을 비롯, 1년이면 70∼80일 정도를 골프대회에 참가하거나 100대골프장 선정 패널, 각종 대회 참관 등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산다. 프로보다 라운드 수가 더 많은 편이다.

홍일점 이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잘나가는 기업형 웨딩드레스 숍을 운영해 온 사업가다. ‘베라웨딩’이란 브랜드로 서울 송파구 잠실, 강남구 청담동, 영동호텔 등지에서 여러 숍을 운영해 이름을 날렸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경기도 근교에 집터를 마련해 골프동호인들과 함께할 휴식공간을 마련한데 이어 7년 전 제주에 집을 샀다. 제주여행을 왔을 때 모 기업 오너가 소유했던 텃밭이 딸린 집을 구입한 뒤 요즘에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1년에 평균 서너 달은 지인들과 제주로 내려와 골프를 즐기고 있다. 이날도 이 대표의 제주 집에는 중앙일보 최고경영자(CEO)과정의 지인 12명이 일찌감치 이 대표와 내려와 3박4일 일정으로 다른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이었다.

대학교수보다는 조각가로서 더 많이 알려진 정 교수는 지난 2002년 국내는 물론 세계최초의 성(性)을 주제로 한 조각전시장인 1만2000평 규모의 제주 러브랜드㈜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가 운영하는 제주 러브랜드는 제주에서 유료관광객 수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소로 최근 중국인 사업가로부터 500억 원대에 사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1주일에 4일은 제주에서 ‘작품구상과 골프’를, 3일은 부산에서 ‘강의’를 하며 ‘이중생활’을 해왔지만 ‘안식년’을 맞아 내년 4월까지 제주에서만 머물 계획이다.

4명의 열혈 골퍼의 골프 실력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이날 첫 만남이었지만 서로의 골프 이력을 두고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4명의 골프구력만 100년을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남들이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홀인원을 30여 년 동안 9차례나 기록했다. 그는 “아홉 차례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면서 “홀 속에서 내 공을 발견할 때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전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홀인원을 아홉 차례나 했다는 신문 기사를 접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은 지난해 이 대표를 초청, 미국인 여성 최다홀인원 보유자와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홀인원을 하면서부터 사업도 번창해 졌고, 건강도 뒷받침됐다”면서 ‘홀인원 운발’을 믿었다. 김 대표 역시 지금껏 홀인원 8차례를 모두 제주지역 골프장에서 뽑아낸 행운아다. 정 교수와 이 화백은 홀인원은 딱 한 번 기록했지만 이글은 많이 기록했다. 특히 ‘고희’를 눈앞에 둔 이 화백은 지난 8월 우리들골프장 5번홀(파3·160m)에서 6번 아이언으로 생애 첫 홀인원을 작성했다.

기량면에서는 ‘파 플레이어’인 김 대표가 다소 앞서지만 4명 모두 70대 스코어는 심심치 않게 기록하는 ‘싱글 핸디캐퍼’들이다. 김 대표는 2000년 오라골프장에서 7언더파 65타를 작성했고 세계 100대골프장 회원들의 대결인 월드골프클럽대항전에서 9홀 최저타인 버디 6개를 뽑아낸 적도 있다. 이 화백은 4년 전 서귀포의 우리들골프장에서 76타를 쳤고, 비거리는 지금도 230m가 넘는 장타를 구사한다. 이날 4명이 함께 한 라운드에서도 이 화백은 230m가 넘는 드라이버샷을 날려 가장 멀리 보내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핀크스골프장 파5홀인 10번홀에서 2온을 자주 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여성 티에서 70대 초반, 남성 티에서는 80대 중반 정도의 스코어를 낼 정도다. 10년 전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골프장에서 화이트 티에서 1언더파 71타를 친 게 베스트였고, 한 아마추어대회에서 72타를 치는 등 그동안 모은 우승컵만도 60여 개나 된다. 심심풀이로 티칭 프로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정 교수는 1995년 3언더파 69타까지 쳤고, 1년에 한두 번 정도 언더파를 기록하고 있다.

골프를 즐기는 이유도 나름 철학을 갖췄다. 승부욕이 남달랐던 이 화백은 내기가 없는 골프를 치지 않았기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치열하고 비정하리만큼 골프를 전쟁 치르는 심정으로 즐겨왔다. 그의 골프 그림에 ‘탱크’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 골프에 푹 빠졌을 때 에피소드. 파 3홀에서 ‘더블파(6타)’를 넘어서자 벙커에서 연습이나 하자며 마음껏 치고 나왔더니 상대방이 ‘17타를 쳤다’고 우기는 통에 한 홀에서 가장 많은 돈을 잃은 쓰린 기억이 있다. 이날 화려한 패션으로 동반자들을 압도한 이 대표는 ‘근주자적(近朱者赤)’이란 사자성어를 댔다. 골프도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면서 ‘펀(Fun) 골프’를 강조했다. “우선 동반자가 좋아야 하고, 서로 마음의 배려도 필요해야만 그날 라운드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서 “이런 즐거움이 있어야만 플레이도 덩달아 신나게 된다”고 했다. 전날 폐막한 인천 전국체전에서 제주골프팀 단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제주비행기를 타 가까스로 티오프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과 같은 ‘로 핸디캐퍼’들은 골프에 만족하는 법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18홀 스코어보다는 매 홀마다 목표를 정해서 치면 마지막 한 홀까지 즐겁게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골프를 예술로 비유했다. 예술은 똑같은 게 없듯이 매 샷의 결과가 다른 것처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골프관을 설명했다.

이날 오후 제주 블랙스톤골프장 곳곳에는 가을을 시샘하는 강풍이 불었다. 흐드러진 10월 억새를 뒤로 한 채 5시간 가까운 라운드를 마무리하면서 이들 열혈 골퍼 4명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이 화백은 “천당하고 서귀포하고 택하라면 서귀포를 택하겠다”면서 “제주에서 죽을 때까지 붓과 골프채를 들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0번째 홀인원’ 소식을 기다리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그는 지난해 1월 경기 가평 썬힐골프장에서 9번째 홀인원을 한 이래 2년 가까이 행운을 안지 못했다. 제주 러브랜드를 통해 예술가보다 사업수완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 정 교수는 제주 러브랜드 인근에 청소년을 위한 한국 위인들을 테마로 한 조각공원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그동안 제주 블랙스톤골프장 챔피언에 세 차례 도전했지만 아직까지 우승하지 못해 클럽챔피언이 되는 것이 골퍼로서 꿈이다. 김 대표는 제주를 세계골프의 메카로 만드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양용은, 강성훈, 송보배 등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되는 골프의 메카가 되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제주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촬영 협조=제주 블랙스톤골프&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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