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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1월 04일(月)
내면의 ‘惡’과 대면했을때… 인간의 선택은?
‘우리연극 만들기’ 20년… 올 당선작 ‘우연한 살인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우리 연극 만들기 20년.’

극단 작은신화의 ‘우리 연극 만들기’ 프로젝트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지난 1993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시행 첫 해에 ‘두 사내’(오은희 작), ‘황구도’(조광화 작), ‘꿈, 퐁텐블로’(백민석 작) 등 세 편을 무대에 올린데 이어 그동안 ‘길 위의 가족’(1998·장성희 작), ‘약테러락’(2000·고선웅 작), ‘십년 후’(2005·김민정 작) 등 평단에서 크게 호평을 받은 창작극을 다수 선보여왔다.

프로젝트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신작 희곡에는 관심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국내 창작극이 홀대받았던 것. 이에 극단 작은신화가 ‘총대’를 메고 나서 창작극 발굴에 뛰어들었다. 20년간 조광화·장성희·고선웅·김태웅·윤영선·오은희·안현정·최치언·김원·이윤설·이시원·오세혁 등 국내 주목받는 극작가들이 ‘우리 연극 만들기’를 거쳐 갔다. 그만큼 국내 창작극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컸던 것이다.

처음엔 프로젝트를 매해 진행하려 했으나 적자폭이 커 격년제로 바뀌어 시행한 지 어언 20년. 올해로 열 번째 ‘우리 연극 만들기’ 행사를 열게 됐다. 올해 당선작은 박찬규 작 ‘창신동’과 윤지영 작 ‘우연한 살인자’(사진). 지난 10월 10∼20일 공연한 ‘창신동’에 이어 10월 3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연극 ‘우연한 살인자’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우연한 살인자’는 살인을 저지른 한 남자의 기억을 따라가며,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오가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조작된 기억과 감추고 싶은 진실, 그리고 인간의 본질과 마주하며 인간은 왜 진실 앞에서 비겁해질 수밖에 없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한마디로, 연극은 자기 내면의 ‘악’과 대면했을 때 인간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파고들고 있다.

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17세에 가출한 김영호는 댐 건설로 고향 땅이 잠긴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자란 마을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8명의 주민을 살해한다. 김영호의 정신과 주치의 닥터 K는 그의 기억을 따라가며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추궁한다. 김영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어머니 미스 김, 어린 시절의 화재와 동생의 죽음,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이 점차 베일을 벗는다.

연극은 종반부에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살해에 대한 기억마저 사실과 환상을 오가며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아리송해진다. 그리고 닥터 K를 긴급히 찾는 병원 내 방송 멘트가 흘러나오면서 관객들은 마침내 진실의 일단을 목격한다.

진실이란 그만큼 직면하기가 어려운 것임을 연극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탄탄한 희곡과 세밀한 연출이 돋보인다. 출연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 또한 높이 살 만하다. 02-889-3561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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