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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1월 08일(金)
컬렉티브 하우스, 완벽한 싱글들… 함께사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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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컬렉티브 하우스 ‘스가모’의 주민들이 한 가족처럼 타원형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나눠먹고 있다. 거주는 독립적이되 주방이나 식탁 등을 공용공간으로 활용하니 이웃이 아니라 마치 가족같다. 퍼블리싱컴퍼니 클 제공
컬렉티브 하우스/고아베 이쿠코, 주총연 컬렉티브 하우징연구위원회 편저, 지비원 옮김 /퍼블리싱컴퍼니 클

먼저 책 제목인 ‘컬렉티브 하우스’에 대한 정의부터. 컬렉티브 하우스란 건물의 관리나 운영을 공동으로 하는 집합주택을 뜻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과는 달리 컬렉티브 하우스는 공간은 개인과 공용으로 나눠서 공동 거주공간에서는 이웃과 함께하고, 개인 공간에서는 언제든 혼자 있을 수 있는 집이란 개념이다. 거주자들이 제각기 생활 공간을 독립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공동의 공간에서 정기모임과 공동식사, 그룹활동 같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언제든 함께 하고, 또 언제든 혼자일 수 있는 집’인 셈이다.

컬렉티브 하우스에 대한 논의는 19세기 사회주의 유토피아 사상에 뿌리를 두고 미국 페미니즘 운동과 유럽의 기능주의 건축사상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컬렉티브 하우스가 현실로 가장 먼저 실현된 곳은 스웨덴이었다. 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이 극도로 열악했던 1935년 스웨덴 건축가 S 마르켈리우스가 최초의 컬렉티브 하우스를 완성했다. 57가구로 구성된 거주자 조합소유의 집합주택이었다. 거주는 따로 하되 공동주방과 육아센터를 둔 데서 보듯이 당시 컬렉티브 하우스의 주된 목적은 여성의 가사노동 해방이었다.

그러나 이후 다양한 논의들이 제기되고 컬렉티브 하우스의 순기능이 부각되면서 여러 의미가 얹혀졌다. 단순한 가사노동 해방 차원을 넘어 독거 노인을 비롯한 1, 2인 가구원들이 소외와 고림감 해소는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함께 거주하면서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는 공동체적인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혈연관계나 전통적 지연(地緣)사회의 관계가 아닌 적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능동적인 ‘의사(疑寫)가족’이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합리성과 편리함, 즐거움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개인의 성장과 건강한 자립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컬렉티브 하우스는 1995년 한신(阪神)·아와지(淡路) 대지진 이후 등장했다. 엄청난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치유하는 건 공동체의 힘이었다.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한 일본에서는 특히 공동체가 독거노인들의 생활재건에 큰 도움이 됐다. 이런 교훈에 따라 컬렉티브 하우스가 등장하게 됐다. 이후 고령자의 고독사나 소외된 자살자들의 증가를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도 개인과 개인을, 또 개인과 사회를 연결시키는 컬렉티브 하우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시도되고 있는 컬렉티브 하우스가 실제 거주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집의 구조와 거주자의 동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등을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스웨덴의 컬렉티브 하우스의 탄생배경과 실태 등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론적인 논의보다 어떻게 컬렉티브 하우스를 만들고 운영하며, 소유형태는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 비용은 어떻게 추렴하는지에 대한 실전적인 정보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절반가량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4군데 컬렉티브 하우스에서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다. 달라진 집합주택의 새로운 주거형태는 곧 ‘달라진 가족제도’를 의미할 정도로 일상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다. 그러니 컬렉티브 하우스에 대해서 말하자면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왜 이런 형태의 주거형태를 선택했으며, 어떤 점에서 만족하고, 또 어떤 점에서 불만을 토로하는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인터뷰이들 중에는 싼 임대료 때문에 컬렉티브 하우스를 선택한 거주자도 있고, 이웃과의 친밀한 유대를 기대하며 이주해온 이들도 있다. 다소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거주자들은 집합주택의 삶의 방식에 만족하고 있었다.

일본의 이 같은 경험과 새로운 거주형태에 대한 시도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이미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4분의 1이 넘는 453만 가구에 달한다. 전셋값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고 있고, 이웃 간의 단절은 층간 소음을 이유로 칼부림까지 마다치 않을 정도다. 압축성장의 시기에는 ‘나만의 공간’을 소망하던 이들이 이제는 소외와 고독감에 시달리며 ‘공유의 가치’에 목말라 하고 있다. 연대와 소통의 방편이면서 제3의 주거형태로, 또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써 일본의 컬렉티브 하우스 모델이 자못 흥미로운 건 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구슬치기를 하는 마당, 아낙네들의 수다를 떠는 빨래터, 이웃과 술 한잔을 앞에 놓은 골목 대폿집 같은 이른바 ‘공유의 공간’을, 소유와 임대가 아닌 방법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참 반갑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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