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6.17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1월 08일(金)
실크로드의 동쪽 끝은 中시안 아닌 한국의 경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실크로드 사전/정수일 편저 /창비

사전을 읽다 몰입되는 일은 드물다. 지하철에서 ‘실크로드 사전’을 읽다 세 정거장이나 지나쳤다. 사전은 딱딱하다는 상식을 깬다. 동서문명교류의 중추적 역할을 한 지역인 ‘수이아브(텐산 산맥의 북쪽 기슭)’, 원나라 시대에 이슬람 역법을 참고해 만든 역법인 ‘서정경오원력’,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여행기 등을 망라한 저자의 내공은 독자들을 탐험적 상상력의 세계로 이끈다. 때론 혼을 쏙 빼놓는다.

문명교류사에 등장하는 중요한 단어와 역사적 전개과정 등을 명징하게 반영하면서도 흥미롭게 읽히는 것이 이 사전의 미덕이다. 용어에 대한 뜻풀이로서의 사전(辭典)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정리까지 응축시킨 사전(事典)이다. 실크로드학의 방대한 용어와 문명교류사를 이만한 통찰력을 가지고 압축할 수 있는 학자가 또 있을까. 저자는 아랍어, 페르시아어, 말레이어, 중국어, 일본어 등 10여 개 언어를 구사한다. 그의 비범한 언어실력이 다양한 국가가 걸쳐있는 실크로드(사진)를 연구하고 사전을 편찬하는데 결정적 도움이 됐음을 물론이다.

이 사전은 실크로드학과 문명교류에 관한 묵직한 성과를 집대성한 세계적 역작이다. 1092쪽 분량인 이 사전에는 표제어 1907개에 색인이 8015개나 실렸다. 전면 컬러로 약 350장의 사진과 지도도 실었다. 편저자의 답사 여행의 흔적도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표제어 가운데 중요한 항목은 원고지 50∼100장 분량을 할애해 상세하게 서술했다. 때로는 잘못된 사료(史料)에 대한 비판도 마다치 않는다. 편저자는 중세 이탈리아 여행가인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 중 일부는 전해 들은 것을 기록해 잘못 혹은 과장된 것도 있다고 지적한다.

‘왕오천축국전’이나 ‘지봉유설’ ‘지구전요’ 등 우리의 값진 고전 속에서 그려진 실크로드인의 모습도 재현했다. ‘실크로드 사전’에서 ‘자바섬’ 항목을 찾아보면 1614년 간행된 한국 이수광의 지리서 ‘지봉유설’의 한 대목이 튀어나온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자바인에 대해 ‘얼굴빛이 거무칙칙하고 원숭이 머리에 맨발’이라고 썼다. 위대한 모로코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1304∼1368년)에 대해서는 세계 곳곳에 있는 무슬림 여행자들의 숙소이자 보급기지인 자위야 덕에 그가 장장 30년간 10만여㎞를 답파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로마에 대한 한(韓)의 이해’라는 항목을 보자. ‘후한서’에서 로마는 지중해 서쪽에 위치한 ‘대진(大秦)’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고, 여러 가지 중국 고서들에서 로마가 이헌, 이간, 이건 등 3가지 표기로 쓰였다는 점을 정리해놓고 있다. 문명교류사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저자는 간첩활동 혐의가 드러나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0년 형집행정지로 출소한 뒤 2003년 특별 사면·복권됐다. 편저자는 감옥에 있던 1998년 4월부터 2000년까지 약 2년 반 동안 편지지 앞뒷면을 빽빽하게 활용해 실크로드의 기본개념을 정리했다. 도배하고 남은 종이에 실크로드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그는 출소할 때까지 원고지 6000장 분량에 표제어 974항목을 갖고 나올 수 있었다. 이 원고가 실크로드 사전의 밑거름이 됐다. 경상북도의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중심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사전 편찬 작업은 날개를 달았다.

이 사전의 가장 큰 특징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중국 시안(西安)이 아니라 한반도 경주로 규정한 것이다. 경주에서 출토된 로만글라스는 신라와 로마의 교역이 일찍부터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이 사전과 함께 도록-실크로드 육로편도 함꼐 나왔다. 경상북도와 한국문명교류연구소가 함께 펴낸 이 도록은 로마에서 실크로드 59개 도시와 유적·유물을 집중 소개하고 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이강인 또 이강인, 스페인 언론도 온통…“1군이냐 임대냐..
▶ 50代 판사, 법원서 판결직후 심장마비로 ‘사망’
▶ 檢 “올것이 왔다”… 검사장급 이상 20여명 줄사퇴 가능성
▶ ‘3기 신도시로 1억 빠졌다’던 일산 아파트, 실거래가 들여..
▶ 하나씩 맞춰지는 고유정 범행 동기 미스터리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국방부 자료로 확인…“대외행사 동원 뒤 휴가 지급, 사실상 연예병사제도 부활” 일부 연예인 출신 병사들의 휴가 일수가 일반병사들과 비..
mark이강인 또 이강인, 스페인 언론도 온통…“1군이냐 임대냐”
mark하나씩 맞춰지는 고유정 범행 동기 미스터리
檢 “올것이 왔다”… 검사장급 이상 20여명 줄사퇴 ..
50代 판사, 법원서 판결직후 심장마비로 ‘사망’
도봉 1500만원·강동 1200만원… 김제동 강연료 ‘갈..
line
special news ‘입장거부·성희롱’…방탄소년단 팬미팅 소동 왜?
빅히트 “예매·관람자 동일해야”‘미성년팬 배려 부족’ vs ‘전수조사 칭찬’인기 아이돌 공연 암표 기승에 기..

line
金 “하노이회담 목적은 核보유국 인정받기” 지침 軍..
정정용 “아직 어린 선수들 대신 비난은 제가 받겠다..
정치세력화 親朴…‘박근혜 사면’이 변수
photo_news
음주운전 삼성라이온즈 박한이 벌금 100만원 ..
photo_news
4700억원짜리 세계최대 항공기 …공중발사대..
line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illust
오페라처럼 표현한 기후변화 위기… 훈계보다 더 큰 공감
[인터넷 유머]
mark정치인과 노조의 공통점 mark아인슈타인의 직업
topnew_title
number ‘3기 신도시로 1억 빠졌다’던 일산 아파트, 실..
중국은 미국을 이길 수 없다
슬금슬금 오르는 서울 집값… ‘바닥’ 찍었나
‘칸’ 먹은 ‘기생충’… 한국영화 ‘新 르네상스’..
“내 그림의 다른 이름은 ‘죽기 아니면 살기’”
hot_photo
소지섭, 61억원 빌라 매입···“신혼..
hot_photo
비아이 마약폭로 한서희 “악플·루..
hot_photo
개그맨 류담, 4년 전 이혼···“서로..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