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미운털’

‘슈퍼태풍’ 하이옌(海燕·바다제비)으로 사상 최악의 재난을 맞은 필리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쥐꼬리 구호기금을 제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필리핀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온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중국이 외교적 이유로 인도주의적 의무를 경시하는 것 아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10만 달러(약 1억720만 원)의 구호기금을 필리핀에 지원키로 결정했다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를 전하며 “2005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구호활동의 폭을 넓혀오던 중국 정부가 적은 액수의 구호기금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11일 필리핀에 2000만 달러(213억8600만원) 규모의 긴급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 마닐라 주재 미국대사관은 하이옌으로 인한 피해상황이 커지자, 보건 및 위생문제 해결을 위해 10만 달러의 긴급 구호기금을 즉시 지원하기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 머물던 90명의 미 해군을 구호활동을 돕기 위해 곧바로 필리핀 타클로반으로 이동시켰다. 민간구호단체 월드비전도 미국 내에서만 300만 달러의 구호기금을 모금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중국의 지원규모는 적은 편이다. 호주는 의료진을 포함해 940만 달러를, 영국은 식료품을 제외한 960만 달러의 구호물품 패키지를 각각 필리핀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측은 400만 달러, 뉴질랜드는 215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으며 베트남 또한 10만 달러의 긴급 구호지원을 발표했다.

이 같은 중국의 구호기금 축소는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필리핀은 최근 남중국해 인근에서 미 해군과 연례 합동상륙훈련을 실시하는 등, 미국을 등에 업은 채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