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싸고 질좋은 주택’ 비결은 공기업-민간건설사 합작

올해 주택 분양 성수기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11월도 중순을 넘어서면서 다음주 각 아파트 단지의 청약이 끝나면 분양 물량이 급감합니다. 특히 올 12월은 전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가 1552가구에 불과해 최근 10년 내 최저치라네요. 지난해 12월만 해도 9427가구가 분양된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죠. 주택 분양물량 감소는 아직도 부동산 시장 불황의 그늘이 짙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 주택 분양시장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대구, 울산, 경남 창원 등에서 예상보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요. 국내외 경기 침체, 건설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 등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지요. 올해 이들 지역 분양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단언컨대 주변시세보다 낮은 합리적인 분양가입니다. 지방은 차치하고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만 3만4671가구(국토교통부 9월 기준)나 되는 상황에서 ‘완전판매(완판)’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난 것은 분양가를 낮췄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이 택지를 조성해 직접 분양하거나 민간 건설사와 공동사업으로 진행한 마곡지구와 위례신도시 등은 주변시세보다 확실하게 낮은 분양가로 ‘완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SH공사가 분양한 마곡지구의 경우 3.3㎡당 1300만 원 안팎으로 주변 시세의 75∼85%선에 분양가가 책정됐고, 경기도시공사가 삼성물산, 대림산업과 시범사업으로 분양한 ‘위례 자연& 래미안 e편한세상’아파트 분양가도 3.3㎡당 평균 1420만 원으로 주변시세의 70∼80%선이었습니다. 마곡지구 분양 아파트의 저렴한 분양가는 대형 평형 몇 가구를 제외하면 모두 순위 내 마감이라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지요. 특히 위례 자연& 래미안 e편한세상은 당초 입지 때문에 청약경쟁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고 10.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침체해도 좋은 입지와 착한 분양가, 대형사 브랜드라는 3박자를 갖춘 주택사업은 성공합니다. 보다 더 좋은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이죠. 더구나 올들어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매매 대기 수요자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이 소유한 택지 민·관 공동사업을 통해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로 짓는 주택의 경우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만큼 이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공기업의 직접 분양으로 자칫 미분양을 양산하느니 공동주택사업으로 공공택지에 메이저 브랜드를 단 아파트를 지속 공급하자는 것이죠. 공기업은 택지 조성비를 최대한 낮추고, 민간건설사는 주택개발 노하우와 시공기술, 브랜드 가치를 적용한 공동주택사업을 대폭 확대하면 값싸고 질좋은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