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Workout, 4년7개월간 6만4139명 ‘구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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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가계부채 증가, 소득 정체 및 감소, 양극화 심화 등으로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포함한 금융채무 연체 취약계층 규모가 350만 명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채무 취약계층 증가는 자칫 금융 이용상의 불이익과 경제활동 제약으로 인한 경제 성장력의 훼손, 가정 해체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9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도움을 받아 단기연체자들의 구제를 위해 도입돼 만 4년 7개월을 맞은 프리워크아웃(Pre-Workout·사전채무조정제도)의 취지와 운용 현황, 효과, 전망을 통해 금융채무 연체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보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올해 36세가 된 이모 씨는 미혼이다. 60을 넘긴 홀어머니와 같이 산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 씨가 부품제조업체의 생산직 사원으로 일하면서 버는 월 180만 원가량의 소득으로 가계를 꾸려 가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모친에게 유방암이 발병한 것. 상황은 이때부터 악화됐다. 수술비, 치료비, 간병비 등이 물밀 듯 밀려들어왔다. 어쩔 수 없이 이 씨는 은행 대출, 카드론, 저축은행 대출에 의존해 충당했다. 35%가 넘는 고이율을 부담하게 되자 급여 다음 날이면 통장이 텅 비었다.

이렇게 쌓인 빚은 저축은행 대출 4건, 은행 대출 1건, 신용카드론 1건, 신용카드 이용대금을 포함해 2400만 원. 불어난 빚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신복위를 찾은 그는 프리워크아웃을 신청, 56만 원씩 60개월을 내는 조건으로 채무조정을 받았다. 기존에는 월 100만 원 가까운 돈을 원리금으로 내야 했지만 카드 및 대출 건에 대해 이자율 50% 인하를 적용받아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지난 2009년 4월 선을 보인 프리워크아웃이 단기연체자들이 신불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금융위원회, 신복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누계로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6만4139명으로 집계됐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기간이 1개월 초과∼3개월 미만 ▲연체기간이 1개월 이하로, 신청일 직전 1년간 연체기간이 30일 이상이면서 연 소득이 4000만 원 이하이며, 2개 이상의 금융사에 총채무액이 15억 원 이하인 이들에게 적용된다. 단기연체자에 대한 선제적인 채무조정인 셈이다.

채무 감면시 원금 대신 연체이자를 감면해 주고 이자율은 금융사 약정이자율의 50%까지 인하해 준다. 상환기간은 무담보 채무의 경우 최장 10년 이내, 담보 채무는 최장 20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또 실직 등으로 일시적으로 소득이 줄어 어려움에 처한 경우에는 최장 1년 이내에서 채무 상환을 미룰 수 있다.

신복위는 신청을 받으면 채권금융사의 동의를 얻어 담보 및 무담보 채권에 대해 채권액 기준 2분의 1이상 동의를 얻어 채무조정안을 확정한다. 신복위 관계자는 “단 고의 연체 가능성이 있는 경우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면서 “채무 상환 유예, 만기 연장 등 채무자의 채무 상환 스케줄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작정 빚을 감면해주는 개념이 아니라, 당장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착실하게 채무를 갚을 수 있게끔 모럴해저드 방지 방안을 둔 것.

제도 운용 결과, 월 소득 100만 원 이하가 누계로 2만1978명(34.3%), 100만 원 초과∼150만 원 이하가 2만177명(31.5%)을 차지했다. 부채규모도 2000만 원 이하가 2만3879명(37.2%)으로 가장 많았다. 저소득자가 더 이상 부채가 많아져 감당하기 어렵게 되기 전에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무보조원으로 일하는 김모(여·31) 씨의 경우 남편의 소득이 일정치 않은 상황에서 출산비용, 생활비를 신용카드 돌려막기(회전결제), 카드론, 리볼빙에 의존했다가 신용카드사 4곳에 1200만 원의 빚을 졌다.

채무 상환 독촉을 받은 김 씨는 신복위를 방문해 프리워크아웃 상담을 받고 연 19%인 카드 이자율을 10년에 걸쳐 50% 인하된 9.5%로 적용받기로 하고 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10년 상환시는 월 15만5000원, 5년 상환시에는 25만2000원으로 쪼개 갚으면 되기 때문에 예전보다 부담을 덜고 생업에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김 씨는 기대하고 있다.

안종식 신복위 사무국장은 “프리워크아웃은 금융채무불이행자를 사전에 방지하고, 금융사 입장에서도 채무조정을 통해 연체 채권을 줄임으로써 건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면서 “금융소외자들의 자활 및 경제활동 의지를 북돋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