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둘리는 경찰 수사력> 대부업체 등 고소 제한에 개인자격 채권 고소 급증

대부업체 직원들이 채권추심을 위해 편법 고소를 일삼는 등 각종 민·형사 사건에서 고소·고발이 남발돼 관련 사건 처리에 경찰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경제난으로 민사 사건 관련 고소가 늘고 있는데 특히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뒤 제때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고소를 남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재 경찰은 대부업체의 채권 관련 고소의 경우 자칫 경찰이 채권추심기관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소 접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를 악용해 대부업체 직원이나 관계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고소하는 방법으로 경찰을 사건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경찰서 관계자는 “대부업체 직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고소를 한 뒤 채무자를 찾아내 고소를 취하하고 합의를 보는 조건으로 돈을 받아내려는 경우도 있다”며 “수사과에 접수되는 고소 사건 대부분이 채권·채무 관계에 따른 사건들인데 이런 식의 업무까지 늘어나면서 악성 사기범 검거 등 다른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67만7039명이 고소·고발을 당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해마다 평균 65만∼70만 명가량이 고소 및 고발돼 수사기관이 관련 조사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치안 부서들도 남용되는 고소·고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형사사건 중 고소 사건 비율이 20%가 넘어 형사사건 중 0.5%만이 고소 사건인 일본에 비해 형사사건 중 고소사건 비율이 4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많은 고소 사건수에 비해 기소율은 낮아 최근 5년간 전체 고소·고발사건 가운데 불기소 처분율은 평균 5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