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신부 “교황청 3審 가면 ‘문제 사제들’ 파문될 수 있다”

“단 몇 십 명의 사제가 수천 명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무슨 ‘세계의 경찰’이라도 되나. 세속을 떠나 있는 사람들이 정치에 개입하는 건 옳지 못하다. 묵묵히 이웃과 신도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게 사제의 본분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의 시국미사와 관련, 김계춘 신부는 26일 “이런 사람들이 사제라는 게 부끄럽다. 교황청 고발 등 연내 특단의 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신부가 ‘교황청 고발’이라는 강수까지 두며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을 제지하려고 하는 데는 이들의 활동이 교회와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즉 나라의 안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치와 관련한 직접적인 의사 표시는 모두 평신도가 해야 하는 일이며, 신부는 그저 뒤에서 평신도의 행위가 신앙 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지도 편달하는 게 가톨릭 교회법에 맞다”며 “교회 정신에 어긋나는 사제단의 활동이 결국 교회를 양분하고 나라의 안위·평화를 깨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교황청 고발과 관련해서는 “사제단에 대한 고발 사안이 한국 교구법원(1심과 2심)을 거쳐 교황청(3심)까지 올라가면, 종국에는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파문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교회법에 의거한 고소·고발의 절차 등에 대해 가톨릭계 인사들에게 자문을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신부는 과거 한때 정의구현사제단이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것에 대해서도 “언론의 자유가 없던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며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알아서 각자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제단의 행위는 신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억지로 하나로 묶는 꼴이며, 그게 바로 독재”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정치인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여·야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정치인들이 성직자들을 이용해 타락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00여 명의 평신도가 소속돼 있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가 전신으로 김 신부 외에 전 서강대 총장인 박홍 신부 등이 신도들의 집회를 이끌고 있으며 이번 박창신 신부의 시국미사 발언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홍 신부는 이번 시국미사와 관련, “천주교에 먹칠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가치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나타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며 “이럴수록 명료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평신도를 대변하는 전국적 단체인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최홍준 회장도 “대통령 사퇴 요구 등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천주교 내부에서)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고, 교회 안에서 서로 분열된 것처럼 비치는 양상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염수정 대주교(서울대 교구장)의 강론 내용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도 “지난 24일 ‘신앙의 해’ 폐막 미사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을 위해 신도들이 기도했다”며 “천주교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바른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