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신형 제네시스 ‘대형차 천하 三分之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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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26일 5년 만에 2세대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대형차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대형차 시장은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가 양분한 가운데 아우디 A6 등이 선전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기존(구형) 제네시스는 1만254대가 판매된 반면 5시리즈와 E클래스는 이보다 많은 각각 1만2855대, 1만1342대가 판매됐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5시리즈 판매량은 올해 BMW 전체 판매량(2만8027대)의 45.9%, E클래스는 벤츠 전체 판매량(2만822대)의 54.5%를 차지했다. 각기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5시리즈와 E클래스는 각각 BMW와 벤츠 브랜드를 대표하는 간판모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를 대표하는 신형 제네시스와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가 브랜드 자존심을 걸고 프리미엄 대형차 시장에서 치열한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제네시스는 몸집 면에서 5시리즈와 E클래스보다 크다. 전장은 E클래스보다 110㎜가 길며, 전폭은 5시리즈보다 30㎜가 크다. 특히 실내공간 크기를 결정하는 휠 베이스는 5시리즈와 E클래스보다 각각 42㎜, 35㎜가 길다. 그만큼 실내공간이 넉넉하다는 의미다.

6기통 직분사 엔진을 장착한 신형 제네시스는 같은 6기통 엔진을 단 E클래스보다 최고출력이 더 높다. 하지만 순간 가속력을 결정하는 최대 토크는 4기통 트윈 파워 터보디젤을 단 5시리즈보다 낮다. 복합 연비면에서는 16.9㎞/ℓ에 달하는 5시리즈는 물론 10.3㎞/ℓ인 E클래스보다 떨어진다.

디자인과 안전 및 편의 사양 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차세대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연한 역동성)’ 2.0 버전이 첫 적용된 신형 제네시스는 세련되면서도 강인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클래식하면서도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조한 E클래스와는 차이점이 크다. 드라이빙 감각을 중시하며 역동성과 날렵함을 내세운 5시리즈와도 확연히 구별된다.

신형 제네시스가 가장 중점을 둔 부문 중 하나가 안전성이다. 신형 제네시스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스몰 오버랩(차량 전면 중 운전석 쪽 25%만 충돌시키는 것) 테스트에서 BMW나 벤츠도 따내지 못한 최고우수(G) 등급을 받았다. 차량의 속도가 높아지거나 충돌 위험성이 감지되면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밀착되는 프리 세이프 기능도 적용됐다. 이 같은 기능은 E클래스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신형 제네시스와 5시리즈에는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트렁크 쪽에 서 있거나 발을 움직이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이 장착돼 있다.

주행감과 승차감도 승패를 속단하기 어렵다. 신형 제네시스가 가장 역점을 둔 부문이기 때문이다. 신형 제네시스는 유럽형 드라이빙 감성을 갖추기 위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1만3000번이나 돌았다. 총 길이 20.8㎞의 이 서킷은 300m에 달하는 심한 고저차와 73개의 코너, 급격한 내리막길, S자 코스, 고속 직선로 등으로 구성돼 있어 ‘녹색 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로 험한 도로다. 미국 모하비 사막 주행시험장에서는 20여 대의 제네시스 시험차가 지구 둘레를 65바퀴나 도는 거리에 해당하는 260만㎞를 주행했다.

이런 주행 시험과 튜닝을 거친 신형 제네시스의 횡강성(코너링 시 쏠림 수준)은 기존 모델에 비해 39% 개선됐다. 이는 벤츠나 BMW 등에 비해 우수하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신형 제네시스는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 ‘HTRAC(에이치트랙)’을 탑재하고 있다. 5시리즈나 E클래스는 트림(세부모델)별로 후륜구동이나 4륜구동을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는 수입차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현대차가 4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개발한 야심작”이라며 “만약 신형 제네시스가 5시리즈와 E클래스를 잡는다면 현대차는 프리미엄 대형차 시장에서 명예 회복은 물론 급성장 중인 수입차의 질주를 막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6월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E클래스와 10월 3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은 5시리즈가 프리미엄 대형차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신형 제네시스에게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