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감성으로 읽은 500종 동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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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치는 당신 / 권혁웅 지음 / 마음산책

저자는 500여 가지 동물에서 시작된 생각들을 짧은 잠언처럼 적었다. 예를 들어 고슴도치를 보고서는 “고슴도치에게 빵과 우유를 주지 말라. 설사하다 죽는다. 민달팽이나 지렁이를 주어야 해. 어떤 숨바꼭질에든 그에 어울리는 슬픔이 있다”라고 적는 식이다. 저자는 시인이다. 그는 “에세이와 시의 중간쯤을 의식하고 썼지만 이 글의 장르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동물들에 관한 실제의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생물책이나 사전일 수도, 거기서 얻어낸 삶에 관한 지침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철학책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과 같은 말에서 재치가 넘친다. “금연 표어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얘기하면 어떨까? 예컨대 이런 말. ‘이봐, 자네는 호랑이도 그만둔 짓거리를 지금 하고 있는 건가?’”

‘가을의 전설’이라는 항목을 보자. “사슴이 시월의 짐승이라는 건 화투를 보고 알았죠. 단풍나무 아래 뚱뚱한 짐승이 한 마리 서 있었죠. 그놈, 제법 토실토실하구나. 목에 구멍을 내서 피를 받던 할아버지 생각이 났죠. 그래서 저 단풍도 저렇게 붉었던 걸까요.”

“‘시클리드’라는 물고기는 보통 새끼를 입에 넣어서 기른단다. 어떤 놈은 일부러 어미에게 부딪쳐 토해낸 새끼를 잡아먹는다”고 기록한 저자는 “어떤 놈은 어미와 키스를 함으로써 버둥대는 어미의 입에서 새끼들을 빨아 먹기도 한다. 헐, 고의적인 교통사고에 ‘사신(死神)’의 키스라…”고 스케치했다.

‘참척이라는 것’이라는 항목은 마음을 짠하게 한다. “범고래가 혹등고래 새끼를 사냥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어미 고래가 제 몸 위로 새끼를 올려 보호하려 했으나 당해낼 수가 없었다. 범고래는 고래 가죽을 뚫을 수가 없어서 비교적 연한 새끼의 입주변만을 파먹고 버린다. 입만 너덜너덜해진 새끼를 보는 어미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익숙한 동물들도 많지만 폭탄먼지벌레, 새잡이거미, 사모아쇠물닭 등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상당수다. 매 꼭지마다 섬세한 선과 채색이 돋보이는 수채화를 곁들였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