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려는’ 민주-‘뺏으려는’ 안철수… ‘사람전쟁’ 시작됐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민주당-안철수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싸움터’는 인재와 지역이다. 안 의원 측은 ‘정치권 전반의 개혁’과 ‘야권 전체의 확대·강화’를 정치적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인재와 지역을 놓고 민주당과 다투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다. 안 의원은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고, 안 의원 측이 영입했거나 영입 예정인 사람의 상당수가 민주당 전·현직 의원이거나 당원이다.

민주당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실행위원(534명) 중 민주당 당적을 보유한 인사들에게 탈당을 종용하는 한편 징계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신당이 본격화되고 지방선거가 임박하게 되면 양측의 갈등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일단 안철수 신당 실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당원 명단을 파악해 이들로부터 탈당계를 받고 있다. 확인한 실행위원 중에는 전직 광역의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지역에서는 명단 대조작업을 마치고 대부분의 대상자로부터 탈당계를 받은 상황이다. 현재는 수도권에서 명단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9일 “안철수 신당 실행위원 중 상당히 많은 사람이 민주당 전·현 당원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국적으로는 20∼30명 정도가 민주당 당적을 보유한 채 실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현재 확인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가장 첨예하게 격돌하는 곳은 호남이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현직 시의원 2명이 실행위원은 아니지만 안철수 의원 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때가 되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10월부터 이달까지 해당 지역구에서 당원을 대상으로 단합대회·토론회·간담회를 열고 조직 단속에 힘쓰는 분위기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적을 보유한 채 안철수 진영에 사실상 몸담고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징계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앙에서는 체감하지 못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방 분위기는 이미 전쟁”이라며 “민감한 분위기 속에서 징계 주장도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징계가 쉽지 않다. 민주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실행위원이라는 것이 아직 법적인 조직에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행위라고 해서 징계를 하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일단 탈당을 종용하고 있는데 중앙당과 상의해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 측 신당 작업이 본격화되고 참여 인사의 면면이 드러나면 양측의 갈등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다음 주 중 창당준비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인선도 일부 발표할 예정이다.

이화종·윤정아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