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西태평양에 구축함 급파… G2전선 강공

미국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따른 대응조치로 서태평양으로 구축함과 첨단 초계기를 급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영토분쟁 해역에서 앞으로 미국은 해상순찰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간에 군사적 긴장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미 해군에 따르면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인 하워드호(DDG-83)가 서태평양 해역으로 급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정박 중인 샌디에이고항을 출발한 하워드호는 앞으로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 주둔하고 있는 7함대에 편제된다.

7함대의 작전반경에는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진행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 간에 해상영토 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남중국해가 포함돼 있다. 만재배수량이 9200t인 하워드호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동시 요격이 가능한 수직발사 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탑재하고 있다. 미 해군 관계자는 “하워드호는 앞으로 서태평양 지역에서 해상순찰과 주변국들과의 연합훈련 임무 등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에 신형 초계기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 해군은 “지난 11월 29일 ‘P-8A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 2대를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에 있는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구형 초계기인 ‘P-3C 오라이언’ 대체용인 P-8A 포세이돈은 보잉737 항공기를 개조한 기종으로 첨단 레이더와 대잠수함 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있다. 미 해군은 가데나 기지에 같은 기종 4대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어서 일본에 파견되는 P-8A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는 모두 6대로 늘어나게 된다.

미 해군은 서태평양 지역 구축함과 초계기 급파에 대해 순환 배치 차원에서 오래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맞물려 해당지역에서 해군력 강화를 위한 조치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매트 카터 해군 중장은 “최근 많은 국가들이 추적이 어려운 첨단 잠수함을 자체 건조하거나 구입하고 있어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 국방부의 스티븐 워런 대변인은 “지난 11월 25일 B-52 전략 폭격기가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훈련비행에 나선 이후 미 군용기가 이 지역에서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중국 측의 ‘적대적 대응’은 없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