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확대>“최룡해도 2인자 아니다…언제든 토사구팽”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부이자 정권 2인자로 알려졌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내친 이유는 장 부위원장과 군부세력의 권력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른바 ‘조선왕조식 2인자 제거’를 통한 권력공고화 작업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장 부위원장의 라이벌로 알려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언제든지 제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같은 흐름에서 장 부위원장의 실각을 통해 당(黨)으로부터 군(軍)으로 권력이 이동할 경우 대남 강경파가 득세해 도발이나 전쟁 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섣부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안보 당국은 군에 대한 현재의 당 우위 체제는 계속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 장성택과 군부 권력투쟁설은 ‘어불성설’= 4일 안보 당국의 고위 관계자 및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세습 2년째를 맞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다. 권력의 한 축이었던 장성택을 쳐냈다면 이는 김 제1위원장에게는 체제 불안의 요인이 아니라 그의 힘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안보 당국자들이 ‘조선왕조’를 언급한 것도 조선 정치사의 핵심줄기가 왕권과 신권의 대립이었다는 점에서 세습권력인 김 제1위원장의 권력 다지기 작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비록 가족이더라도 예외가 없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의 2인자 제거 작업과 관련, 전문가들은 “장성택은 원래 자리가 불안했고, 혈통이 아닌데도 권력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만약 실각한 게 사실이라면 토사구팽의 시기가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성택 계열과 군부 계열의 권력투쟁설은 ‘어불성설’이란 게 정보 당국은 물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군부가 권력을 잡았다면 사실 장 부위원장이 권력을 잡는 것보다 김 제1위원장에게는 더 위협적일 것이란 게 그 이유다.

◆ 최룡해 2인자설도 잘못된 분석= 전문가들은 최룡해 총정치국장도 장 부위원장의 케이스처럼 언제든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노동당과 내각, 군부 주요 인사 절반가량을 교체하는 등 급격하게 권력 구도를 재편했다.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하며 군부 장악과정에 핵심역할을 했던 리영호(71) 전 인민군 총참모장,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장례식 당일 시신 운구차 옆에 섰던 ‘호위 8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우동측(71)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 모두 숙청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집권한 이후 노동당 부장급 이상, 정부의 상(相·우리의 장·차관에 해당)급 이상, 군의 4대 핵심 보직 등 주요 간부 218명 중 97명(44%)을 교체했다. 이후 당과 내각에는 김 제1위원장의 심복인 신진 엘리트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군에 대한 당의 우위는 여전하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한반도 정세가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군 당국은 북한의 특이 동향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안보 당국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장성택의 실각은 김정은 체제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