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나를 움직였던 인생리모컨을 버리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미소는 아름답고 순수하다. 아기들은 하루에 300번 이상을 웃고 또 웃는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하루에 세번에서 다섯 번 웃으면 많이 웃는다고 한다. 어린 아이의 웃음은 성장하면서 더 많아져야 하는데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왜 웃음을 잃어버리는 것일까?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행복한 순간은 강보(襁褓)에 둘려서 보내는 기간이다. 강보에서 벗어나 옷을 입기 시작하면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는 요구와 지시들을 듣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들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좋은 방식대로 행동하면 망나니취급을 받게 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양육되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잘 맞춰 행동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모범생이라고 바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학교라는 교육의 틀에 들어가면 각종 기준과 틀들이 통제하게 된다. 모든 것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교육의 힘은 위대하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도 얻게 된다.

교육이 가르쳐준 인생의 방향은 마치 기차 레일 위에 올려진 기차처럼 일정한 방향으로만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맞는 줄 알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경쟁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인생은 수학문제처럼 공식화 되어있는 것 같았다. 자기개발서를 보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이렇게 성공하고 저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기개발서를 만든 그 저자도 그런 삶을 살지 못하고 그렇게 성공하지도 못했다. 움직임이 둔한 로봇 장난감을 리모컨을 가지고 조정하는 것처럼 세상이 우리를 움직여왔고 그러한 방식이 세상을 사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학교교육이 그러했고 직장생활이 그러했고 가정생활까지 그랬다. 일정한 규칙을 따라 눌러대는 리모컨의 신호를 받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리모컨 신호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면 세상은 은퇴라는 이름으로 경쟁대열에서 밀어냈다. 은퇴라는 뜻의 영어 ‘Retirement’는 ‘은둔생활로 들어가다’는 프랑스어 ‘retirer’에서 비롯된 말이다. 리모컨 신호를 따라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은 은둔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세상에서 잊힌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은둔자가 되지 않기 위해 세상이 보내는 리모컨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다.

남자들은 누군가 움직이는 리모컨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경직된 인생을 살아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내게 원하는 것들을 만족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던 남자들은 이제 지쳤다. 남자들이 은퇴 이후에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내게 시키는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마음이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인생의 리모컨을 버려야 한다. 직장이 나를 물러 나가라고(retire) 말하기 전에 스스로 내 인생을 재설정(rewire)해야 한다. 퇴직이라는 단어를 통해 나를 버리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일을 당하기 전에 내 인생을 재설정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인생의 재설정을 시작한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변화와 위기 앞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술과 인생전략을 세워나갈 수 있다.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은 게으를 겨를이 없이 빠르게 행동하며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인생을 위한 재설정은 내 자신이 출발점이다.

Leeyuesu@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