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6.18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2월 13일(金)
‘멸사봉공’은 유교의 가르침 왜곡하는 것
유교 공동체 원리 다각도 조명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500년 공동체를 움직인 유교의 힘/한형조 외 지음 /글항아리

조선 왕조 500년 역사는 세계사에서도 드문 경우다.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는 겨우 15년 만에 문을 닫았으며, 중국 왕조 중 가장 번성했던 당나라도 300년을 넘기지 못했다. 천년을 이어간 로마제국이나 623년 동안 나라를 유지했던 터키의 오스만제국 정도가 예외에 속한다.

조선 왕조를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시킨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책은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조선 500년을 추동시켜온 실질적인 힘인 유교의 공동체 원리를 철학적·역사적·정치사회학적 차원에서 재조명했다. 각 분야에서 유교를 연구해온 중진 연구자들이 수차례에 걸쳐 글을 발표하고 토론한 산물로 유교적 공동체론의 원리와 구현 그리고 유교적 공동체론의 현대적 접목 가능성도 모색했다.

책에 따르면 유교는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는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일본식 조어인 멸사봉공(滅私奉公)만큼 유교를 왜곡하는 것도 없다. 유교는 기성 권력이 아니라 ‘백성’을 생각하며, 집단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사고한다. 이를 공(公)이라고 불렀다. 유교에서 공(公)이란 ‘건전한 감응의 상호 작용과 그 네트워크’를 말한다. 사(私)란 그것을 방해하는 제반 독소를 총칭한다. 유교는 ‘사적 관심과 마비’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렇다면 유가(儒家)들이 설계하고 운영한 조선은 어떤 제도적 특성을 갖고 있을까. 오항녕 전주대 교수는 이를 ▲국가라는 제도의 유지와 관리를 위해 기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 조직 ▲어떤 국가나 사회를 지향하는가를 보여주는 조직 등 둘로 나눈다. 전자를 행정형 조직이라 한다면, 후자는 이념형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언관제도가 조선사회를 지탱한 핵심 이념의 제도적 표출이고, 유교가 그런 제도를 받쳐준 이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언관제도는 왕의 전권을 제한하기 위해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의 기관을 둬 왕에게 건의하는 제도다.

‘회복적 정의’라는 개념을 통해 유교사회를 진단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회복적 정의는 1980년대에 형사제도의 다이버전(Diversion, 형사·제재의 최소화 또는 형사처벌 절차로부터 배제 또는 중지)이나 피해자의 치유 방안을 추구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다. 기존 형사제도의 한계를 느낀 사람들의 실천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회복적 정의는 유교의 교화(敎化)이념과 맞닿아 있다. 유교는 범죄나 폭력에 대해 법에 호소하기보다는 마을 안, 문중, 서원 등에서 자치적으로 교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책은 이 밖에 ‘여성주체성과 유교 전통: 페미니즘의 재탄생’이란 주제로 유교의 페미니즘적 해석도 제시한다.

박원재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 ‘조선 500년’은 유교의 공동체적 구상이 가장 핍진(逼眞)하게 실험된 공간이다”며 “기본적으로 왕정(王政)이되 학자-관료군의 견제와 비판을 통해 통치권의 자의적인 행사가 제한되었고, 같은 맥락에서 공론(公論)이 무엇보다 중시되었으며, 복지와 계몽이 병행되는 향촌 공동체의 꿈이 그곳에서 그려졌었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mail 김도연 기자 / 전국부 / 부장 김도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윤석열·강용석·조윤선·이정렬…파란만장 ‘연수원 23기’
▶ 욕정 주체 못한 황후도 매춘했던 ‘향락의 제국’
▶ 전설들도 따돌린 류현진…개막 후 14경기 ERA 다저스 역..
▶ 윤석열과 ‘악연’ 황교안, 이젠 제1야당 대표…청문회 격돌..
▶ 50代 판사, 법원서 판결직후 심장마비로 ‘사망’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檢, ‘문화재거리 투기 의혹’ 관련부패방지·실명法 위반 혐의 기소토지 26필지·건물 21채 등 매입보좌관도 딸 명의로 부동산 투자 검찰이 ..
ㄴ 손혜원, 전재산 걸겠다했는데… 檢 ‘기밀이용 투자’ 등 위법 결론..
ㄴ 목포 원도심 건물 14채 매입 ‘손혜원 타운’ 의혹… “영부인과 절친..
욕정 주체 못한 황후도 매춘했던 ‘향락의 제국’
전남편 유가족, 고유정 친권상실 법원에 청구
“당 내부 ‘슈퍼 갑’ 마인드가 결국 황교안브랜드 망..
line
special news 전설들도 따돌린 류현진…개막 후 14경기 ERA ..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다저스 전설의 투수들을 따돌리고 또 한 번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

line
윤석열·강용석·조윤선·이정렬…파란만장 ‘연수원 2..
새 중앙지검장은…‘小尹’ 윤대진이냐, 기획통 이성..
2024년 인류 최초로 달 밟는 여성은 누구일까?
photo_news
아내 유골 ‘추억의 호수’에 뿌리고 남편은 심정..
photo_news
美공군, 중·러 대응 마하 5 극초음속 미사일 시..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옆집 여성 훔쳐보고 죽음으로 내모는… 상류층의 ‘위선’
[인터넷 유머]
mark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 mark정치인과 노조의 공통점
topnew_title
number 고흥 바닷가 40대 여성 시신, 계획적 자살 무..
탈북 현인애 “北 장마당 여성 대상 권력형 성..
김정은 弔花 ‘모시기’
연예인 출신, 국가행사 차출 여전… 위로휴..
한국당 사무총장 인물難… “변화 이끌 사람..
hot_photo
소지섭, 61억원 빌라 매입···“신혼..
hot_photo
비아이 마약폭로 한서희 “악플·루..
hot_photo
개그맨 류담, 4년 전 이혼···“서로..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