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9.21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2월 13일(金)
나이프와 포크, 인간 치아구조까지 바꿔놨다
식생활 필요한 8개 도구 분석… 인류의 삶·식탁의 미시史 풀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포크를 생각하다/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까치

“사람들은 부엌에서 고작 찻주잔자를 끓이면서 제대로 관리한다면 50인분 저녁을 준비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연료를 쓴다.”

이렇게 말한 18세기 말 영국의 럼퍼드 백작은 직화구이의 낭비성에 주목한 과학자였다.

당시에는 평균적인 식사를 위한 요리용 불꽃이 자동차 한 대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현대 이전의 부엌은 모두 불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불을 관리하는 것은 부엌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일이었다. 불을 가두고 관리하는 일은 가스불의 발명으로 인해서 안전해졌다.


영국의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책에서 칼, 숟가락, 포크, 얼음, 부엌 등 인간의 식생활에 등장하는 주요 8개 요소를 화두로 인류의 삶이 역동적으로 바뀌어온 모습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를 고찰한 책이다. 예전에는 손으로 음식을 먹었다. 그리스 귀족들은 뜨거운 음식을 남보다 빨리 먹기 위해 별도로 손을 단련했다고 전해진다. 프랑스 왕실에서도 맨손으로 식사하는 것이 일반화된 관습이었고, 1680년 이후부터 포크를 썼다.

책에 따르면 식당 도구의 발달은 인류의 신체 구조까지 변화시켰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위 앞니가 아래 앞니보다 살짝 앞으로 튀어나온 피개교합인 것도 칼로 음식을 썰어 먹기 시작한 데서 비롯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질긴 음식을 입 안에 넣고 앞니로 잡아 무는 식으로 섭취했다. 나이프와 포크를 쓰기 시작하고서는 음식을 잘게 잘라 입에 넣었다. 이로써 앞니는 ‘무는’ 기능이 불필요해졌고, 윗니가 계속 자라면서 피개교합이 됐다.

이는 동양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에서는 유럽에서 나이프와 포크가 표준 식사방식이 되기 1000년 전인 송나라 때, 재료를 잘게 잘라 조리하는 방식이 유행했다. 이 때문에 피개교합이 유럽보다 800∼1000년 일찍 나타났다.

인간은 우연히 불을 발견했다. 구덩이에 가열된 돌과 함께 음식물을 넣은 뒤 식물 껍질로 덮어 열로 음식을 익혀 먹었다. 선사시대의 이 방법은 직화구이, 뉴질랜드 전통 요리법으로 지금도 이용되고 있다. 음식을 삶아 먹으면서 인류는 치아가 모두 없어진 뒤에도 생존할 수 있게 됐다. 궁핍한 시절의 요리법은 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이는 것이었다. 솥은 인류의 기나긴 배고픔의 역사를 증언하는 도구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930년대 나치는 여러 음식을 한솥에 넣는 요리의 검약한 이미지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용했다. 1933년 히틀러 정부는 모든 독일인이 10월부터 3월까지 일요일에는 반드시 아인토프라고 불리는 한솥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공고했다. 국민들에게 희생과 고통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전쟁 때도 한솥 요리로 배를 채우며 싸우라는 암시였다.

요리에는 계량이 중요하다. 통일된 도량형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류는 혼란스러운 체계로 서로 다른 측정방법을 사용했다. 중세에는 주기도문이나 아베마리아를 몇 번 외우는 식으로 요리시간을 측정했다.

동양은 젓가락 문화가 중심을 이뤘지만 서양은 스푼식 문화가 발달됐다. 숟가락 모양을 결정한 것은 영국의 왕정복고다. 영국은 올리버 크롬웰과 리처드의 짧은 공화국 실험을 마치고 1660년 찰스 2세가 다시 왕이 됐다. 왕정파들은 복수심에 불탔고 크롬웰 시대의 흔적을 지워 나갔다. 크롬웰 시대의 숟가락은 소박하고 장식이 없었다. 돌아온 왕정파는 최초의 현대적인 숟가락인 ‘트리피드(세 갈래라는 뜻) 숟가락’을 만들었다. 그 바닥은 무화과 모양이 아니라 깊은 타원형이었다.

티스푼은 작고 간편한 식기류에 대한 인류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포크는 뒤늦게 각광을 받은 도구이다. 포크는 놀림감이자 상대를 얕보는 도구였다. 책에 따르면 포크는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을 당시 ‘뭐 이런 걸로 음식을 먹어’라며 경멸과 조롱을 받던 천덕꾸러기였다. 11세기에는 ‘악마의 삼지창’이 연상된다며 멸시했다. 17세기에는 고기를 손으로 건드리지 않고 포크로 먹는 ‘나약한 궁정 식객’들을 가리켜 ‘자웅동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파스타가 사랑을 받으면서 포크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됐다.

저자는 ‘냉장고 채우기’를 둘러싼 사회심리학적 배경도 설명한다. 예컨대 2차 세계대전 이전 서양에서는 요구르트를 거의 먹지 않았다. 1950년대부터 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까닭은 단순히 입맛이 변해서가 아니라, 예쁘고 아담한 요구르트 통을 냉장고 문 선반에 세워두면 보기 좋다는 이유가 작용해서라는 것이다.

정치사상사를 전공한 저널리스트답게 식당 도구의 역사를 미시사적으로 추적하면서 도구를 재발견하는 기쁨을 안겨준다. ‘식탁의 역사’를 쓰면서 흥미롭고 희한한 에피소드들로 풍성한 이야기 식탁을 차렸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檢, 조국딸 1차합격 서울대 의전원 입시서류 압수 정밀분..
▶ 골프장 이사들, 캐디 성추행하고 모텔 유인… 징역·벌금형
▶ 이승철 “성대수술후 은퇴도 생각… 묵언수행 1년만에 고음..
▶ “조국 퇴진·조국 딸 퇴교 촉구” 의료인 서명 3000여명 돌파
▶ ‘윤석열, 조국 사전 경고’ 보도에 靑 “사실 아냐” 부인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캐디)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골프장 이사 2명이 1심에서 각각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울산지법 형사6단독 ..
mark“조국 퇴진·조국 딸 퇴교 촉구” 의료인 서명 3000여명 돌파
mark文대통령 지지율 40%… 대선 득표율 무너졌다
경찰 공개수배 앞서 직접 ‘SNS 수배’ 나서는 피해자..
돼지고기 도매가격↓…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후..
檢, 조국딸 1차합격 서울대 의전원 입시서류 압수 ..
line
special news 이승철 “성대수술후 은퇴도 생각… 묵언수행 1년..
■ 1년만에 전국투어 가수 이승철작년 10월 수술후 술도 끊어다시 노래 못할까 두려웠다수술 성공적…성..

line
수사력vs방어기제… 경찰-화성 용의자 ‘수싸움’ 시..
‘윤석열, 조국 사전 경고’ 보도에 靑 “사실 아냐” 부..
트럼프, ‘김정은과 톱다운 케미’ 최대치적 꼽으며 유..
photo_news
현아, 대학축제서 치마올리기 퍼포먼스 논란
photo_news
김생민, 미투 후 1년 5개월만에 팟캐스트로 복..
line
[Review]
illust
삭발로 ‘野性’ 보여준 황교안… 챔스서 종횡무진 ‘황소’
[골프와 나]
illust
“잘하기보다 해저드 피하는 게 우선… 인생도 골프처럼”
topnew_title
number 99.9% 진범이라지만… 아직 풀어야 할 ‘3대..
안병훈, PGA 샌더슨 팜스 2R 단독 선두…첫..
제주도 육상 오전 11시 강풍경보…남해 서부..
요란했던 양현석 성접대 수사… 결론은 ‘불기..
hot_photo
폭행 사건 농구 국가대표 라건아..
hot_photo
애정행각 벌인 세 커플 ‘공개 회초..
hot_photo
유승준 측 “병역기피 아니었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