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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2월 13일(金)
취업 전쟁서 살아남으려 스스로 ‘차별의 벽’ 쌓아 괴물이 되어버린 ‘이십대’
경쟁서 이기는게 지상과제, 자기통제…스펙쌓기만 몰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지음 /개마고원

# 지방대 출신이 취업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다룬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를 보고 나서 일단의 대학생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영화 관람 중 주인공의 처지에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모임을 주관한 강사는 학생들에게 “지방대에 대한 차별이 불공평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학생은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지방대는 저희 학교보다 대학서열이 낮아도 한참 낮은 곳인데, 제가 그쪽 학교의 학생들과 같은 급으로 취급을 받는 건 말이 안 되죠”라고 답했다. 여기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이들은 모두 ‘인서울’대학 학생이었다.

이 사례에서 보여주듯 요즘 대학생, 즉 이십대들은 차별을 인정한다. 이들은 차별을 당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차별의 벽을 쌓고 다른 이를 밀어낸다. 즉 자신의 현재 위치에 대한 방어와 타인에 대한 공격이 동전의 양면처럼 쌍을 이룬다. 이들은 현 사회의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이기도 한 것이다. 여러 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이십대에 대해 ‘괴물이 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이십대’라고 규정한다.

‘괴물이 된 이십대’라…. 무슨 말일까. 저자의 논지를 좀더 따라가 보자. 한국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되면서 이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지상과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 자기계발 논리가 접목됐다. 이 논리는 ‘경쟁에서의 승리와 패배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기본 전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심지어 희생시키면서까지 자기계발에 몰두할 것을 주문한다. 이것이 흔히 ‘스펙 쌓기’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기계발 논리에 따르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좋은 삶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같은 시간 투자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인지, 혹 강요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설령 바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시간을 엄격히 관리하는 노력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으른 것보다는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하긴, 열심히 사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문제는 그 같은 ‘채찍질’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해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기준으로, 그보다 노력이 부족한 이들을 가혹하게 평가한다. 나보다 덜 노력한 사람은 나보다 전적으로 부족한 사람이며, 당연히 더 낮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심지어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게으르고 개념 없다는 등) 모욕하기까지 한다. 이는 누구든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경쟁사회에서 비교우위를 얻기 위한 방편이자 끝이 보이지 않는 자기계발 과정에서 스스로 위안을 얻으려는 행위이기도 하다. 다른 이를 자기보다 밑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안심하는 것이다.

저자는 ‘힐링에 속고 스펙에 울고 불안에 떠는’ 이십대의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2000여 장이 넘는 학생들의 에세이 과제물을 읽었고, 그중 100여 편을 집중 분석했다. 또 50여 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이 결과, 극심한 취업경쟁의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십대들이 스스로 차별의 벽을 쌓고, 자신만의 스펙 쌓기에 몰두하게 되는 과정을 ‘집단적 특징’으로 밝히고 있다. 단순히 한 개인의 사례가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유의미한 분석 결과를 내놓게 된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이십대에게 ‘극복만 주문하는’ 자기계발서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십대 대학생들에게 자기계발이란 취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의미가 있다. 또한 그 결과가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데도 다른 대안이 없어 그저 계속해 나가고만 있으며, ‘자기계발에 열심이지 않은 게으른 자’와의 비교에서 자신의 현재에 대한 위안과 만족을 느끼도록 작용한다. 그 결과,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사회적 연대의식이 옅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는 변해버린 이십대의 현재 모습을 과감하게 ‘문제’로서 직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단언한다. 이십대의 현재를 냉철히 파악하고, 그 원인을 찾아보는 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 책은 그 같은 과정의 첫걸음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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