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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2월 13일(金)
文字의 역사 쫓아가 보니 ‘동아시아 문화史’
‘봄 춘(春)’ 등 22글자 소재로 수천년 쌓인 ‘문화 지층’들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한자의 모험 / 윤성훈 지음 / 비아북

고문서 필사본을 모으고 연구해 본래의 원형에 가까운 정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미학 전공의 동양학자. 경전 속 낱말의 실타래를 풀고 묶던 그가 한문에 매료돼 한문이 가진 풍성한 문화적 맥락과 다의적 확장성 등을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 공들여 풀어냈다.

저자는 한문의 의미와 뜻을 해독하는데 골몰하는 본연의 일 대신, 이 책에서 한자의 글자 한자 한자가 품고 있는 깊은 의미에 천착하고 있다. 경전을 읽고 옛사람들의 문장을 해석하는 와중에서 한자 하나하나의 이면에 몇천 년 전부터 쌓인 문화의 지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봄 춘(春)’자에서 시작해 ‘솥 정(鼎)’ ‘이제 금(今)’ ‘동녘 동(東)’ 등을 거쳐 번역할 역(譯)에 이르기까지 한자 스물 두 자를 가려 뽑았다. 글자의 뜻을 빌어서 한자의 탄생과 흥망성쇠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이끌어간다. 한자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계절의 시작인 ‘봄 춘(春)’을 말하고, 한자가 문명을 담는 그릇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솥 정(鼎)’으로 해독하고, 한자의 엄격함이 생략과 단순함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간략할 간(簡)’으로 드러내는 식이다. 이를 통해 그 글자가 놓여있던 사회의 밑바탕까지 파고들었다.

한자의 역사는 곧 동아시아 문명의 역사. 따지고 보면 동아시아의 지식과 사고체계, 제도와 문화는 모두 한자의 영향력 아래 발전돼온 셈이다. 그래서 한자의 연원을 쫓는 것은 그대로 동아시아의 문명사를 관통하는 지적인 모험이 된다.

한자 한 글자를 앞세운 뒤 저자는 다양한 분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가히 ‘사유의 종횡무진’이라 할 만하다. 글자의 의미와 역사적 배경, 문화사적 의미에서 출발해 중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동양적인 세계관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때로는 한자의 구조와 글자 자체의 조형미까지 세심하게 더듬는다. 한자의 의미를 새기기 위해 옛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고, 옛 시인의 시 구절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옛 선비들이 주고받은 편지글도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다양한 예화와 비유, 확장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려 하는 건 수천 년 역사의 지층을 지나오면서 함축된 유물들이다. 그걸 저자는 ‘보려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고대의 보물들’이라고 표현했다.

저자가 풀어내는 풍성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역사, 문화의 이해 폭을 넓히고서 다시 보면 한자가 지닌 본래의 의미가 어슴푸레 드러나는 듯하다. 이런 지점이 한자의 연원을 다뤘던 이전의 책과 이 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라면 함축적이면서도 간결한 문장. 이런 문장의 힘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한자 이야기를 한결 가깝게 다가서게 만든다. 저자가 ‘호기심과 열정 어린 끈기없이 독자들은 문고리에 살짝 손을 대는 것으로 족하다’고 얘기했듯이 누구든 따라갈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긴 했으되, 한자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이 책을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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