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9.21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12월 13일(金)
文字의 역사 쫓아가 보니 ‘동아시아 문화史’
‘봄 춘(春)’ 등 22글자 소재로 수천년 쌓인 ‘문화 지층’들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한자의 모험 / 윤성훈 지음 / 비아북

고문서 필사본을 모으고 연구해 본래의 원형에 가까운 정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미학 전공의 동양학자. 경전 속 낱말의 실타래를 풀고 묶던 그가 한문에 매료돼 한문이 가진 풍성한 문화적 맥락과 다의적 확장성 등을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 공들여 풀어냈다.

저자는 한문의 의미와 뜻을 해독하는데 골몰하는 본연의 일 대신, 이 책에서 한자의 글자 한자 한자가 품고 있는 깊은 의미에 천착하고 있다. 경전을 읽고 옛사람들의 문장을 해석하는 와중에서 한자 하나하나의 이면에 몇천 년 전부터 쌓인 문화의 지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봄 춘(春)’자에서 시작해 ‘솥 정(鼎)’ ‘이제 금(今)’ ‘동녘 동(東)’ 등을 거쳐 번역할 역(譯)에 이르기까지 한자 스물 두 자를 가려 뽑았다. 글자의 뜻을 빌어서 한자의 탄생과 흥망성쇠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이끌어간다. 한자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계절의 시작인 ‘봄 춘(春)’을 말하고, 한자가 문명을 담는 그릇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솥 정(鼎)’으로 해독하고, 한자의 엄격함이 생략과 단순함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간략할 간(簡)’으로 드러내는 식이다. 이를 통해 그 글자가 놓여있던 사회의 밑바탕까지 파고들었다.

한자의 역사는 곧 동아시아 문명의 역사. 따지고 보면 동아시아의 지식과 사고체계, 제도와 문화는 모두 한자의 영향력 아래 발전돼온 셈이다. 그래서 한자의 연원을 쫓는 것은 그대로 동아시아의 문명사를 관통하는 지적인 모험이 된다.

한자 한 글자를 앞세운 뒤 저자는 다양한 분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가히 ‘사유의 종횡무진’이라 할 만하다. 글자의 의미와 역사적 배경, 문화사적 의미에서 출발해 중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동양적인 세계관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때로는 한자의 구조와 글자 자체의 조형미까지 세심하게 더듬는다. 한자의 의미를 새기기 위해 옛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고, 옛 시인의 시 구절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옛 선비들이 주고받은 편지글도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다양한 예화와 비유, 확장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려 하는 건 수천 년 역사의 지층을 지나오면서 함축된 유물들이다. 그걸 저자는 ‘보려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고대의 보물들’이라고 표현했다.

저자가 풀어내는 풍성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역사, 문화의 이해 폭을 넓히고서 다시 보면 한자가 지닌 본래의 의미가 어슴푸레 드러나는 듯하다. 이런 지점이 한자의 연원을 다뤘던 이전의 책과 이 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라면 함축적이면서도 간결한 문장. 이런 문장의 힘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한자 이야기를 한결 가깝게 다가서게 만든다. 저자가 ‘호기심과 열정 어린 끈기없이 독자들은 문고리에 살짝 손을 대는 것으로 족하다’고 얘기했듯이 누구든 따라갈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긴 했으되, 한자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이 책을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mail 박경일 기자 / 문화부 / 부장 박경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檢, 조국딸 1차합격 서울대 의전원 입시서류 압수 정밀분..
▶ 골프장 이사들, 캐디 성추행하고 모텔 유인… 징역·벌금형
▶ 이승철 “성대수술후 은퇴도 생각… 묵언수행 1년만에 고음..
▶ “조국 퇴진·조국 딸 퇴교 촉구” 의료인 서명 3000여명 돌파
▶ ‘윤석열, 조국 사전 경고’ 보도에 靑 “사실 아냐” 부인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캐디)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골프장 이사 2명이 1심에서 각각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울산지법 형사6단독 ..
mark“조국 퇴진·조국 딸 퇴교 촉구” 의료인 서명 3000여명 돌파
mark文대통령 지지율 40%… 대선 득표율 무너졌다
경찰 공개수배 앞서 직접 ‘SNS 수배’ 나서는 피해자..
돼지고기 도매가격↓…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후..
檢, 조국딸 1차합격 서울대 의전원 입시서류 압수 ..
line
special news 이승철 “성대수술후 은퇴도 생각… 묵언수행 1년..
■ 1년만에 전국투어 가수 이승철작년 10월 수술후 술도 끊어다시 노래 못할까 두려웠다수술 성공적…성..

line
수사력vs방어기제… 경찰-화성 용의자 ‘수싸움’ 시..
‘윤석열, 조국 사전 경고’ 보도에 靑 “사실 아냐” 부..
트럼프, ‘김정은과 톱다운 케미’ 최대치적 꼽으며 유..
photo_news
현아, 대학축제서 치마올리기 퍼포먼스 논란
photo_news
김생민, 미투 후 1년 5개월만에 팟캐스트로 복..
line
[Review]
illust
삭발로 ‘野性’ 보여준 황교안… 챔스서 종횡무진 ‘황소’
[골프와 나]
illust
“잘하기보다 해저드 피하는 게 우선… 인생도 골프처럼”
topnew_title
number 99.9% 진범이라지만… 아직 풀어야 할 ‘3대..
안병훈, PGA 샌더슨 팜스 2R 단독 선두…첫..
제주도 육상 오전 11시 강풍경보…남해 서부..
요란했던 양현석 성접대 수사… 결론은 ‘불기..
hot_photo
폭행 사건 농구 국가대표 라건아..
hot_photo
애정행각 벌인 세 커플 ‘공개 회초..
hot_photo
유승준 측 “병역기피 아니었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