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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3년 12월 18일(水)
억만장자의 정치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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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국제부장

미국의 여덟 번째 부자인 마이클 블룸버그(71) 뉴욕시장이 오는 31일 퇴임한다. 그가 뉴욕시장으로 일해온 12년 간 뉴욕은 범죄가 만연한 대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세계의 엘리트들이 살고 싶어하는 하이테크 문화도시로 거듭났다. 지난해 9월 뉴욕에 갔을 때, 맨해튼 한가운데 브로드웨이가 차없는 보행자 공간으로 바뀐 것에 놀랐고, 음산했던 브루클린 브리지 건너편 동네가 문화예술거리로 변모한 것에 또 한번 놀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블룸버그 시대 뉴욕의 폭력범죄 사건은 39.8%, 피살자 수는 37.7% 줄어들었다.

310억 달러(약 32조6275억 원)를 보유한 슈퍼 부자 블룸버그의 정치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미국에서는 억만장자의 정치 활동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재력가의 정치 참여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여전히 민감한 이슈다. 그런데 소탈한 일벌레 블룸버그시장이 뉴욕에서 보여준 모습은 억만장자 정치인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씻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운동가 랄프 네이더는 이미 ‘슈퍼 리치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Only Super Rich Can Save Us, 2009)’는 소설에서 미국의 억만장자 17명이 주도하는 정치개혁 얘기를 다뤄 화제가 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발 더 나아가 ‘부유한 정치인이 유권자들에게 더 충실하고, 덜 부패할까’라는 의제를 네티즌 토론에 부쳤다. 지난 4월 뉴욕의 주도인 올버니가 주 상원의원 및 주정부 인사들의 부패 스캔들로 휘청거리던 무렵, NYT는 ‘블룸버그 시장 재임중 뉴욕시에서는 부패사건이 별로 없었다’면서 이 이슈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다. 100여 건의 댓글이 올려졌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억만장자 정치인들이 덜 부패하고, 덜 당파적일 수 있다는 입장에 공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위기에 빠진 정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블룸버그 시장이 보여준 시민정치 덕분에 억만장자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해소됐지만 부유한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고 여전히 유보적이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부유하다는 사실 자체가 공직 적합성을 입증해주는 증표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많았다. 맞는 말이다.

억만장자라는 조건은 선출직으로 가는 프리티켓도 아니고, 그렇다고 핸디캡도 아니다. 블룸버그 시장은 억만장자라는 존재적 조건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과 공감 능력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 2006년 뉴저지에서 만난 최준희 에디슨 시장은 블룸버그가 “시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존 F 케네디처럼 영감을 주는 정치인도 중요하지만, 시민과 밀착된 일상정치를 하는 블룸버그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퇴임 후 시정 컨설턴트로 나서겠다는 구상을 펴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기 위해 출마하라”고 촉구한 바 있어 그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할지는 미지수다. 재산을 누리려고 하기보다 세상을 바꾸는 수단으로 여기는 유쾌한 정치인 블룸버그 시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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