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읽읍시다>신석기부터 산업화시대까지 어린이일기에 나타난 생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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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녀 명란이의 좌충우돌 서울살이 / 조호상·김영미 글, 김효은·강부효 그림 / 사계절

어린이의 눈으로 본 한국사·생활사를 풀어낸 사계절출판사의 ‘역사일기’ 시리즈(전 10권)가 ‘시골소녀 명란이의 좌충우돌 서울살이’를 마지막으로 완간됐다.

2009년 선사시대를 다룬 첫 권 ‘곰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가 나온 지 4년 만에 시리즈 전권이 마무리됐다. 좋은 어린이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책장에 꽂아놓고 봐야 할 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시리즈이다. 실제로 특정 분야에 대해 일정 수준의 지식이 없을 경우 어린이 논픽션책은 어른 독자들이 전체를 쉽게 아우르는 데 편리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역사일기 시리즈가 반가운 이유는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어린이 한국사 시리즈들이 대부분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건과 통사를 죽 펼쳐놓은 것으로, 내용의 완성도나 책의 충실도를 떠나 어린이 독자들이 첫 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관심을 갖고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비슷한 판단에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주인공 어린이의 일기를 통해 시대 모습을 간접적으로 전해주고, 일기 내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그 시대의 주요 역사, 사건, 인물, 변화들을 정보글로 풀어내 알려주는 두 가지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연대순으로 이뤄진 시리즈는 신석기시대 한강 변에 무리지어 살던 어느 씨족 아이가 쓴 일기부터, 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새마을운동이 한창 벌어지는 충청도에서 서울로 전학온 아이의 일기까지 모두 10명의 어린이가 쓴 일기로 이뤄져 있다. 가상의 어린이들이 쓴 하루하루 일기 속에는 그 시대의 살아있는 생활모습은 물론이고 일상의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감정, 미래를 향한 희망 같은 요소까지 담겨 있다. 추상적인 정치제도나 복잡한 배경이 깔린 사건들보다 자신의 생활과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의식주와 생활양식 등을 중심으로 역사적 내용을 구성한 것이다. 정보글의 경우 각 권마다 25가지 안팎의 주제를 담아 시리즈 전체엔 총 238개의 역사 주제들이 배치됐다. 일기글은 어린이책 작가들이, 정보글은 관련 시대 전공 역사학자들이 맡았다. 그림도 시대사 전문 학자를 비롯해 건축, 복식, 음식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쳤다.

시리즈 마지막 권으로 출간된 ‘시골소녀 명란이의 좌충우돌 서울살이’는 한국이 농업국에서 산업국으로 탈바꿈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첫장을 열면, 1970년대에 대한 전체적인 역사가 정리돼 있어, 일종의 ‘준비운동’을 하게 한다. 이어 충청도에서 서울로 와 공장에서 일하는 언니와 함께 ‘닭장집’에 살면서 학교를 다닌 국민학생 명란이의 일기가 펼쳐진다. 국민학생, 새마을운동, 텔레비전, 가족계획, 쥐잡기운동, 국민헌장 외우기, 유신헌법 찬반선거, 한국의 첫 단지 아파트, 1970년대 대중문화, 명동거리, 반공 웅변대회, 연탄가스 중독 등 당대 생활사를 어린이의 눈으로 보여주면서 시대의 전체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 민주화운동, 남북분단 등도 간단 명료하면서도 균형잡힌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또 일기 속에는 명란이의 성장기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을 감정과 아이다운 고민도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 시대를 초월한 성장담으로도 읽힌다. 대상은 역사를 배우기 전인 초등학교 3∼4학년생부터 어른 독자까지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