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잘못엔 엄격 잣대 자신엔 도덕적 합리화… 혼돈의 사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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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3-12-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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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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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안은진 기자 eun0322@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로랑 베그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도덕적인 인간이 나쁜 사회를 만드는 이유’를 얘기해 주겠다니 궁금하지 않은가. 거두절미하고 그 얘기부터 시작하자. 다음은 거칠게나마 간추려 본 저자의 설명.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남들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스로 도덕성을 획득했다고 생각(착각)하는 순간부터 일은 틀어진다. 스스로 ‘모범이 될 만하다’는 생각이 결코 모범적일 수 없는 행동을 낳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도덕적이란 생각만으로도 사람들은 타인의 위반 행동에 비난을 퍼붓거나 앙심을 품는다. 남의 잘못에 눈을 부라리면서 자신에게만 관대하다. 어쩌다 부도덕한 행동을 하게 될 때도 ‘그저 남들처럼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합리화한다. 스스로 도덕적이라는 생각이 역설적으로 부도덕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이런 행동이 모여서 ‘나쁜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즉답 대신 타인과의 관계와 시선에 연연하며 가치와 규범에 대해 혼돈스러워하고 있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하고 고찰한다. 이런 사유를 거쳐 인간의 본성 및 도덕과 관련된 수많은 난제를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정의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도덕적인 판단에는 어떤 정보가 이용되는지, 죄의식과 모방의 본성이 어떻게 도덕적 태도를 만드는지, 도덕적 자족감 이후에는 왜 탐욕이 생겨나는지, 깨끗함과 아름다움이 왜 도덕적으로 여겨지고 더러움과 추함이 비도덕적으로 간주되는지…. 저자는 이런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답한다.

질문과 대답 사이에서 저자는 도덕과 관련한 다양한 가설을 설문이나 생리학적 지표로 입증하는 수많은 실험들을 등장시킨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미국에서 실시한 1000명의 일반인 대상 조사에서 ‘죽어서 천국에 갈 것 같은 유명인’을 물었다. 마더 테레사가 79%였고, 마이클 조던이 65%,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60%로 나타났다. 놀라운 건 ‘자기가 죽으면 천국에 갈 것’이라는 응답이 무려 87%나 됐다는 것. ‘도덕규칙이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사례도 흥미롭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앞에서 꾸물대는 그저 그런 자동차에는 마구 경적을 울리지만, 그 차가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고급차라면 대개 경적 울리기를 자제한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고 그런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정직함을 증명해 보이려 하기 때문이란 게 저자의 설명이다.

도덕적 사회구성원들을 양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저자는 ‘동기부여’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도덕적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보상’과 ‘처벌’을 택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물질적 보상이나 처벌은 즉각적인 복종 효과는 있지만, 정작 행위자는 보상이 주어지는 행동에 대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높은 보상은 도리어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악영향을 미칠 뿐 인간의 행동방식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도덕적 행동방식을 유지시키는 힘은 물질적 보상이나 처벌이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 뒤쪽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도덕과 규범의 준수야말로 개인이 집단에 더 단단하게 결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다 도덕적 성향이 사회 체제 유지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가깝게 해주며 사회적 협력을 끌어내는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자신을 잘 포장해 드러내는 글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저자가 들려주는 인간의 본성과 도덕, 그리고 ‘좋은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박경일 기자 parking@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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