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실탄 요청’ 파장>자위대에 실탄 요청에 日도 “정말?” 휴일 긴급회의

  • 문화일보
  • 입력 2013-12-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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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위대가 남수단 주둔 한빛부대에 실탄 1만 발을 지원하는 과정은 한·일 정부의 빠른 판단 아래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가 실탄 지원을 요청한 것이 정말 맞느냐”고 의아해하며 반신반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수단에 주둔한 한빛부대는 지난 19∼20일 국방부에 보고한 후 현지 부대장이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에 실탄을 제공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한빛부대는 이어 UNMISS와의 협의를 거쳐 남수단에 주둔하고 있던 10여 개 국가 중 한국의 소총 구경인 5.56㎜와 같은 구경을 쓰는 미국과 일본에 실탄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과 같은 기지를 쓰는 네팔과 인도는 7.62㎜의 탄을 써 한국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

한빛부대의 요청을 받은 일본 현지 자위대 부대는 곧바로 22일 본국에 한국 부대의 실탄 제공 요청이 접수됐다는 전갈을 보냈다. 이때부터 일본 정부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던 이날 밤 10시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김원진 주일대사관 정무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한빛부대의 실탄 지원 요청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를 물었다.

일본 정부의 확인은 다양한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의 유엔평화유지군(PKO)협력법은 필요한 경우 내각회의 결정으로 ‘물자’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간 일본 정부는 물자에 무기나 탄약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실탄 제공을 할 경우 기존 방침에 예외를 둬야 하고 따라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과 일본의 과거사 인식 등으로 한·일 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한국 측이 실탄을 요청한 자체가 믿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실탄 요청이 한국 측의 일본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락을 받은 김 공사는 바로 이병기 주일대사에게 보고한 뒤 서울로 연락, 외교부와 국방부를 거쳐 지원 요청이 정부 방침에 따른 것임을 확인했다. 김 공사가 이하라 국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정부의 공식 입장임을 통보하기까지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생일인 23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공휴일임에도 자위대와 방위성 간부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오노데라 방위상 등과 함께 NSC격인 국가안전보장회의 내 의사결정기구인 ‘4인 각료회의’에서 지원 결정을 공식적으로 확정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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