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매출 90% 여행지 환원… 이익 10% 환경단체 기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공정여행 전문 청년 사회적 기업인 ‘공감만세’ 사무실에서 20대 청년 공정여행가들로 구성된 회사 직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지난 26일 대전 중구 대흥동의 청년 사회적 기업 ‘공감만세’(fairtravelkorea.com) 사무실. 사장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모두 20대 남녀 청년 10명으로 구성된 기업답게 젊음이 뿜어내는 패기와 열정이 넘쳤다.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나는 세상’이란 슬로건의 준말인 ‘공감만세’는 지난 2010년 1월 청년들이 만든 국내 최초의 국내외 공정여행 전문 여행사로 창업 4년차인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 20대 청년들은 소비 지향적이고 환경 파괴적이며, 여행 지역 현지 주민들을 소외시키는 기존의 ‘패키지 관광 문화’에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 대신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만들고 지구 환경과 지역이 미소 지으며, 여행을 통해 고민할 수 있고 상상력을 키우는 ‘공정여행’을 추구한다. ‘즐거운 불편’을 통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삶의 쉼표 격인 ‘착한 여행’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진정한 ‘힐링’이 이들의 당찬 창업 목표다.

올해 예상되는 공감만세의 매출액은 10억 원 정도. 창업 첫해 5000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배로 늘었다. 비록 지금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형편이지만 젊은이들 특유의 치기 어린 모험 정도로 치부했던 기존 여행업계의 시각을 비웃는 알찬 성과다. 현재 필리핀, 태국, 홍콩, 일본, 부탄, 유럽 등 해외 6개국에서 공정여행을 진행하고 있고 서울, 대전, 공주, 전주, 제주 등에서도 국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감만세는 매출의 90%를 여행이 이뤄지는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이익의 10%는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원주민 10명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창업 이후 현재까지 3000여 명이 국내외 공정여행에 동참했고 300명의 소외계층 아동 등이 지원 혜택을 받았다. 수익금을 재원 삼아 필리핀 도시빈민지역인 마닐라 바세코 지역과 바공실랑안 지역에 2개의 공부방과 태국 치앙마이에 1개의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10명의 사람들이 여행을 할 때 일부 비용을 적립시켜 1명의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공정여행을 제공한다. 여행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전에 현지에서 10개 이상의 주민 조직과 협의하고 6개월 동안 10차례 답사와 100차례의 회의를 한다.

공정만세가 내놓은 여행상품에는 기존의 관광, 쇼핑 등 소비적 성격은 거의 없다. 현지 이동 수단은 대중교통과 도보만 이용하고 숙소도 호텔 등이 아닌 현지 가옥에서 해결한다. 13일짜리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인 필리핀 루손섬 여행학교의 경우 소수부족인 ‘이푸가오족’의 2000년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다. 세계문화유산이지만 훼손되고 있는 ‘라이스 테라스(계단식 논)’에서 돌덩이를 직접 나르며 복원하고 현지인 제사장과 평화의 축제를 벌이며, 홈스테이를 통해 현지 친구들과 소통한다.

일본 규슈(九州) 공정여행은 50만 명의 조선인이 끌려와 죽어갔던 규슈 탄광의 역사를 만나고 한·일 양국 교류의 상징인 시가(滋賀)현 박물관 등을 보면서 양국이 미움과 분노를 넘어 평화와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프로그램 만족도도 이용자의 83%가 ‘만족한다’고 답할 만큼 높다. 지난 7월 루손섬 여행학교를 통해 라이스 테라스 복원 활동을 하고 온 김기덕(17·대전 반석고 1년) 군은 “험한 산길을 야간버스를 타고 10시간 이상 가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돌담을 쌓으며 세계문화유산을 복원하고 순박하고 친절한 현지인들과 어울렸다”며 “여행 과정에서 더불어 사는 삶과 지구 환경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공정여행 상품도 공감만세가 만든 역작들이다. ‘서울의 숨은 보석, 북촌’ 기행, ‘대전 대흥동 문화예술 여행학교’ ‘대전 장동 생태 심리치유 여행학교’ ‘전주 문화 탐방’ 등이 그것들이다. 기업체와 학교 교사들도 이들 프로그램을 연수용으로 이용하고 있고 다문화 가정의 결혼이주여성과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공감만세는 지난 2001년부터 필리핀에서 ‘카투아완 카미’라는 이름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다. 필리핀 공용어인 타갈로그어로 ‘즐거운 우리’라는 뜻인 ‘카투아완 카미’는 필리핀 마닐라의 극빈지역인 바세코와 바공실랑안 지역의 아이들이 최소한의 초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빈민조직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무료 공부방을 만들어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공감만세 젊은이들의 ‘사업 확장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정기후원 회원을 모집하고 공정무역 바자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공정여행 전문가 양성 코스를 개발하고 ‘출동 강좌’를 통해 공정여행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방안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도 한다. 대전시, 대전문화재단, 한국관광공사, 한화그룹 등 공공기관과 기업이 실시하는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후원 받아 경제적 수준에 관계없이 취약계층이 공정여행에 참여할 수 있는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성과가 알려지면서 ‘상복’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 소셜 벤처 전국 우수상, 2011년 대전시 사회적 기업 우수 운영상, 2012년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 벤처 우수상, 2012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표창 등 수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고두환(29) 대표는 “젊은이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즐거운 상상을 실현시키는 곳이 바로 사회적 기업 공감만세”라며 “여러 가지 실험적인 사업 모델과 사회공헌 모델을 개발하고 작업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차곡차곡 성과가 나타나고 공정여행의 취지에 공감하는 후원자도 많이 생겨나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창희 기자 ch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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