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춘문예>청춘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의 정직한 풍속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4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본심을 진행 중인 소설가 김원우(왼쪽) 씨와 임철우 씨.

본심작 열한 편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은 세 작품은 ‘어디서 그대는 아름다운 깃털을 얻어 오는가’, ‘변신, 2014’, ‘유랑의 밤’이었다.

‘어디서 그대는…’은 일단 이야기가 극적이고 풍부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부모 역시 고아들이고, 그들이 성장했던 고아원에 그가 다시 맡겨진다는 식의 무리한 설정이라든가 군데군데 장황한 서술 등이 약점이었다.

‘변신, 2014’는 카프카 소설에 대한 하나의 변주로 부를 만한데, 깔끔하고 다듬어진 문장과 호흡이 인상적이다. 쥐새끼로 상징되는 현대사회의 비인간적인 시스템, 비정한 생존경쟁의 폭력성 앞에서 점차 미쳐가는 아내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해낸 점도 좋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발상의 기발함에 비해 완성도에서 다소 미흡했다.

‘유랑의 밤’은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남학생들에게 얹혀살면서 자취방을 전전해야 하는 여대생 화자의 일상을 담고 있다. 대학생 동거라고 하는 다소 생소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작가는 놀랍게도 시종 태연하고 담담한 톤으로 독자 앞에 정면으로 들이댄다. 그 과감한 들이댐이 충분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것이 오늘 이 땅의 청춘들이 처한 절박하고도 암울한 현실에 대한 하나의 정직한 풍속화라는 사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인공의 외침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발목에 채워진 신자유주의의 덫에 대한 절규임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인다운 패기와 함께 감상을 절제하며 깔끔하게 다듬어낸 솜씨가 돋보인다. 한편으로 주인공의 고뇌가 좀 더 묻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으나, 우리 두 사람은 흔쾌히 이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김원우·임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