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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06일(月)
반야심경 260자 하나로 포갰더니, 추상화가…
사진작가 김아타 ‘RE-ATTA’展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미국 뉴욕의 사진 1만 장을 중첩시킨 ‘인달라 뉴욕’(왼쪽)과 뉴욕 파크애비뉴를 8시간 동안 촬영한 ‘8시간 뉴욕‘(오른쪽). 장노출 사진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사라지고 건물만 드러나며, 사진 1만 장은 회색풍경으로 남았다. 313아트프로젝트 제공
세계 사진계의 주목을 받으며 활발하게 작업해온 사진작가가 ‘공(空)’을 직접 만지고 그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인도로 갔다. 2007년 인도 델리에서 촬영한 사진 1만 장을 포갠 최종 이미지는 작가로선 놀랍고 허망하게도 그저 희뿌연 회색이었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됐을 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작가는 그 허망함에 웃었고, 장엄함에 울었다. 뉴욕·워싱턴·모스크바·도쿄(東京)·프라하·파리·베니스 등 세계 12개 도시를 각기 1만 장의 사진에 담은 뒤 하나로 중첩한 이미지 역시 뿌연 정도가 조금 다를 뿐 텅 빈 회색이었다.

사진작가 김아타(58·사진) 씨가 회색의 도시사진 등 대표작을 발표하는 ‘리-아타(RE-ATTA)’전을 연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3아트프로젝트에서 9일부터 2월 7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김 씨는 대표작 ‘온 에어’ 프로젝트 완결판으로 12개 도시에서 작업한 ‘인달라(Indala)시리즈’를 선보인다.

‘리-아타’전은 2008년 삼성미술관리움 로댕갤러리(현재 플라토미술관)의 개인전 이후 6년 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김 씨의 사진은 313아트프로젝트에서 2년간 3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재조명된다.

연초에 선보이는 ‘인달라시리즈’는 수백, 수만 장의 사진을 하나로 모은 작품이다. 인달라는 인드라넷, ‘우주의 모든 것은 그물처럼 얽혀 관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달라 시리즈를 통해 도시뿐 아니라 논어·도덕경·반야심경 등 경전 글자, 또 서양미술사 거장의 작품을 단 하나의 이미지로 합체시켰다.

지난 3일 경기 파주출판단지 내 작업실에서 만나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색에서 빛을 찾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빛에서 색을 보는 서양미학과 다르게 사물을 뜻하는 색에서 빛이라는 본질을 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보이는 것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사진의 속성과 어법에서 벗어나 오히려 오랜 시간 노출, 수많은 사진의 중첩 등의 방법으로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는 자연 법칙을 담아냈다는 이야기다.

도시인달라 시리즈 등 무수한 사진들은 추상화처럼 실체 없이 모노톤의 이미지로 남았다. 인물화로 친숙한 모딜리아니의 대표작을 중첩시킨 이미지를 비롯해 피카소·고흐·모네·샤갈·클림트 등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엇비슷해 보인다. 또한 노자의 ‘도덕경’ 5290자, 논어의 1만5817자, 반야심경의 260자를 하나로 포갠 이미지 역시 텅 빈 추상화 같다.

이번 전시에는 뉴욕·베를린·프라하·파리·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지서 특정장소를 8시간 노출해 촬영한 ‘8시간’시리즈, 100개국 남자 1명씩 100명을 촬영해 한 인물로 포갠 ‘셀프 포트레이트-세계인’도 나온다.

이밖에 얼음으로 조각한 마오쩌둥(毛澤東), 파르테논신전이 여러 시간에 걸쳐 녹아내리는 과정을 담은 ‘아이스 마오’ ‘아이스파르테논’ 등 퍼포먼스를 담은 작품도 선보인다. 작가는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기간 특별전 개막식 때 로마사진 1만여 장을 10m 높이의 리프트 위에서 뿌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강원 비무장지대와 군 사격장부터 국내외 바다밑·땅속에 대형 캔버스를 장기간 설치해 캔버스에 세월을 담아내는 작가의 ‘자연 드로잉’ 프로젝트는 다음 전시 때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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