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 class='emp_01'>[속보]</em> 문재인 회고록 “김정은, 비핵화 의지 절실하게 설명했다”](http://image.munhwa.com/gen_thumb/202405/2024051701039912053001_300.jpg?v=20240517172158)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청자투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그가 몸담았던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들과 박사급 후학들에게서 논문집을 헌정받았다. 최근 출간된 ‘동아시아의 궁중예술’(한국미술연구소)이 그것이다.
김 전 관장은 이화여대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장을 거쳐 국립박물관 역사상 최초의 여성 관장으로 활약했다. ‘궁중미술’은 김 전 관장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분야였다. 그는 1970년대 에밀레박물관의 민화들 가운데 궁중을 장식했던 크고 화려한 채색화가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궁중미술은 따로 연구해야 할 분야라고 느낀 뒤 꾸준하게 파고들었다. 조선왕실의 ‘궁모란병’과 ‘곽분양행락도’ 등에 관한 연구는 그의 초기 관심에 상응한 학문적 업적이었다.
헌정논문집인 ‘동아시아의 궁중예술’은 홍선표(미술사학) 이화여대 교수의 조선시대 궁궐의 그림치장, 장남원(미술사학) 이화여대 교수의 왕실용 청자투합의 활용, 임영애 경주대 문화재학부 교수의 신라 왕릉 조각, 조은정 한남대 대학원 겸임교수의 19세기 궁중조각가 등 총 26편의 글이 담겼다. 가장 화려했을 뿐 아니라 그 시절 문화예술의 진원지 역할을 담당했던 궁중미술의 세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입체적 구성이 흥미롭다. 장남원 교수는 고려조 청자 중 12세기 전반기의 고려왕실에서 등장했던 ‘투합(套盒)’을 살폈다. 투합은 고려조 인종의 장릉과 전남 영암의 월출산에서만 발견된다. 그 이전과 이후로 발견된 예가 없는 드문 기종이다. 꽃잎의 형태로 만들어진 투합은, 특별한 받침대 정도로 알려져 왔었다. 하지만 중국 황실에서는 다양한 조형의 투합이 오랜 기간 사용됐다. 의례적 공간에서 다과를 담는 용기였다. 장 교수는 인종 재위기간의 위기 상황 속에서 특별한 의례기형의 제작에 몰두했던 현상을 지적한다. 이자겸의 난과 묘청의 난이 일고 왕궁마저 불에 타는 위협 속에서 인종은 왕실의 권위를 재정비하고자 노력했다. 이때 의례용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월출산은 국가주관으로 산천에 제사를 지낸 곳이었다. 정교한 투합 청자의 등장은, 새로운 조형의 자기제작에 정치적 곡절이 관여된 현상 중 하나였다.
홍선표 교수는 궁궐의 최상위 공간인 ‘정전’(대규모 조하례 및 외국 사신 접견실) ‘편전’(왕의 집무실)과 휴식공간인 ‘침전’으로 나누어 각 공간을 치장한 그림과 조형물을 살피고 그 의미를 찾았다. 조은정 교수는 광화문 해태상을 만든 ‘이세욱’이란 이름 석자를 탐색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상실했던 19세기 궁정조각가의 존재를 살려냈다. 임영애 교수는 신라 원성왕이 799년에 사망했지만 능을 장식한 조각, 일명 ‘원성왕릉 조각상’들은 60년 뒤 경문왕대에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황빛나 씨 등 3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1910년대 ‘경성일보’와 ‘매일신보’에 보도된 ‘한국 왕실’과 ‘일본 황실’의 초상사진 및 각종 행사사진 이미지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했다. 그 보도용어는 ‘일본 황실’과 ‘이왕가’로 철저하게 구분돼 있었다. 이왕가의 왕실이미지는 동물원이나 식물원 등 무기력한 유락지의 기능이 강조됐다. 한국 왕실의 보도이미지가 조선총독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