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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10일(金)
길어진 인생… 이웃과 ‘소통하는 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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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집과 마을 / 주총연 고령기거주위원회 편저, 박준호 옮김 / 퍼블리싱컴퍼니 클

이 책의 편저자는 일본의 주총연(住總硏). 주총연은 전후의 절박해진 주택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1948년 일본 시미즈건설의 시미즈 아스오(淸水康雄) 사장이 사재를 기부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종전 직후에는 효율적인 주택 보급에 몰두했지만, 최근에는 달라져 가는 가족의 형태나 인구 분포 등에 따라 바람직한 거주 형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총연 안에는 고령기거주위원회가 있다. 위원회는 노년기의 거주 형태를 연구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이 책에는 위원회가 그동안 일본 곳곳에서 찾아낸 바람직한 노후 주거 형태와 삶의 방식들의 구체적인 사례가 담겨 있다.

왜 하필 노후의 주거문제일까. 책의 설명은 이렇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긴 인생을 사는’ 사회가 됐다. 그런데 집과 마을은 거주자들이 이렇게 오래사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만들었다. 집이라는 옷이 노인들의 몸에는 맞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노후의 주거문제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에도 있어 왔다. 1970년대 경제성장기에는 ‘같이 살 것인가’ ‘따로 살 것인가’가 노후의 주제로 떠올랐고, 경제성장기가 끝나는 1980년대 말에는 결론이 ‘따로 사는 것’으로 내려졌다. 이후 고령자들이 살기 편한 집과 마을을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 프리’가 노인들을 위한 돌봄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의 주요 과제가 됐다.

이런 논의와 과제가 해결되고 난 뒤 노후의 주거와 삶의 질은 이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와 소통’이 좌우하게 됐다. 과거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마을공동체는 산업화와 함께 무너졌고, 집 안에 고립된 노인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노후의 소외와 고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거 형태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 말하는 ‘집’이란 가옥의 구조나 방의 배치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집과 마을을 잇는 생활 방식 등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말하려는 건 모눈종이 위의 평면도나 인테리어 따위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마을과, 주민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며 사는 생활 방식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 책에 소개되는 사례들은 모두 집을 ‘외부로 여는’, 혹은 공동의 공간에서 ‘함께하는’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소박함이 있다.

책은 ‘집과 마을을 잇는 생활 방식’의 사례를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자기 집의 일부 공간을 이웃들에게 개방하고 소통과 공동체의 중심으로 만든 사례. 상가주택의 거주자가 방 하나를 마을 모임과 강습회 장소로 활용해 사랑방을 만들어 낸 일본 교토(京都)의 오래된 집도 있고, 앞뜰을 골목길로 활용해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오사카(大阪)의 주택도 있다. 둘째는 노인이 일하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장소를 제안한 마을이다. 그리고 셋째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택촌과 공동주택 등이다.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어 각각 소개되는 사례는 모두 12가지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노후세대들의 만족스러운 삶의 방식을 정부도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이렇듯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1950년 전후에 태어난 이른바 ‘단카이(團塊)세대’가 환갑을 넘어서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이처럼 노인들의 거주 형태와 공동체와의 소통 방식들이 연구되고 또 실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내닫고 있는 우리는? 책이 말하는 건 일본의 사례지만, 변두리의 자그마한 아파트나 연립주택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비슷한 처지의 우리 독자들에게도 여러모로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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