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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10일(金)
두 얼굴의 메디치家, 빛나는 예술후원? 은밀한 정치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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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 성제환 지음/문학동네

르네상스 미술을 가능하게 한 메디치 가문은 막대한 돈을 들여 성당을 지어주고 벽화를 주문했다. 이들이 예술을 장려하기 위해 인문학자와 화가, 조각가 등을 지원했고, 예술작품은 작가의 순수한 창작품이라는 견해는 다시 검토돼야 한다. 피렌체에서 큰 은행을 물려받은 코시모 데 메디치는 유명한 로렌초 성당의 내부 설계를 브루넬레스키에게 맡겼다. 저명한 미술사학자인 곰브리치는 메디치가의 후원에 대한 연구에서 코시모의 후원은 은행사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적개심을 의식한 것이었으며 고리대금업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에 환원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코시모는 메디치 가문의 권력 세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사상이 필요했다. 플라톤의 정치적 이상을 구현한 르네상스 인문학자들과 르네상스 미술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많은 작품들은 가문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메디치 가문 출신의 교황인 레오 10세는 역사적 사건의 레오 3세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대치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격상시켰다. 코시모 1세는 심지어 하느님의 도상을 자신에게 적용시켜 자신을 신격화하기도 했다. 코시모에 이어 그의 손자인 ‘위대한’ 로렌초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60여 년 동안에는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국가의 가치를 고대 문헌에서 찾던 인문학자들에 의해 작품의 주제가 주로 결정됐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천재 예술가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작품의 주제를 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당시 예술가들의 지위는 대부분 사회적으로 하층 계급에 속하는 수공업자와 다를 바 없었다. 책은 이처럼 르네상스를 주도한 인문학자와 예술가들 사이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조종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질서를 꿈꾼 상인들을 다뤘다.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명화 ‘비너스의 탄생’은 정치력과 학문적 지성, 예술가의 감수성 등을 갖춘 로렌초 데 메디치를 신성한 지도자로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었다. 로렌초의 인문학자들에 대한 후원은 자신이 그 가치를 알고 단행했던 순수한 지원이었던 반면 미술에 대한 후원은 효과적인 정치도구였다. 그는 옛 미술품을 수집하고 작가를 다른 왕이나 귀족에게 소개함으로써 외교 기반을 굳혔다.

로렌초의 측근들은 평화로운 시대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격렬한 문장 한 구절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비너스의 탄생’은 피렌체를 주무르고 있던 로렌초에 의해 과거 로마제국과 같은 황금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린 작품이다. 이탈리아 반도에서는 서풍이 불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화가는 로마제국 황금시대를 잉태한 비너스를 등장시켰다. 보티첼리는 비너스가 피렌체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암시했다. ‘꽃의 도시’ 피렌체의 상징인 꽃의 여신 플로라를 그려 넣은 것이다.

비너스가 곤히 잠든 전쟁의 신 마르스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에서는 로렌초가 노골적으로 부각된다. 비너스는 고대 로마제국의 기초를 마련한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이고, 마르스는 로마제국을 건국한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의 아버지다. 보티첼리는 아우구스투스와 로렌초의 공통점인 염소 형상의 사티로스(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인 괴물)를 표현하면서 로렌초가 마상 창 대회에서 즐겨 사용하던 긴 창까지 그려 넣었다. 이로써 로렌초와 아우구스투스를 같은 위치에 올려놓았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메디치 가문은 자기 가문의 신화를 지어내기까지 했다. 서기 800년경 한 거인이 선조들이 살고 있는 무젤로 지역을 침입했을 때, 용감한 기사였던 메디치 가문의 선조가 다섯 철구가 달린 철퇴를 사용해 거인을 무찔렀다는 내용이었다.”

상인들이 단순히 예술작품을 사랑해서 인문학자와 예술가에게 어마어마한 규모로 후원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당시 작품에는 부유한 상인의 숨은 세속적 욕망이나 교회의 교리가 교묘하게 담겼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작품들은 황금을 가진 상인들의 욕망과 황금이 필요한 성직자들의 현실이 맞닿은 지점에서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르네상스 초반에 제작된 조토의 ‘성 프란체스코의 생애’ 같은 종교적 작품에 르네상스 상인들의 가문 사람들 모습이 묘사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수도원 성당 기도실의 작품 제작 비용을 지불한 상인들이 가문의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형상이나 표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

실제로 당시 교회에 큰 재산을 기부한 상인 가문들은 수도원 안에 자신들을 위한 기도실을 가졌다. 상인들은 기도실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미고 자신들의 부와 권세를 창조적으로 표현해줄 예술가에게 열광했으며, 수도원은 자신이 속한 수도회를 피렌체 시민에게 널리 알려줄 재능 있는 화가가 필요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피렌체 상인들에게 남은 하나의 문제는 사후 세계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현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사후에 안식을 얻을 수도 있고 지옥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믿었다. 경쟁적으로 기도실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식하려 들었다. 스트로치 가문은 교황청이 있던 프랑스 아비뇽과 로마에 있는 교회 자금을 지주 등에게 빌려주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교회 돈으로 고리대금업을 한 셈이다. 책에 따르면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노벨라 수도원 성당에 위치한 스트로치 가문 기도실의 ‘옥좌에 앉아 있는 성모자와 성인들’은 금박을 많이 썼다. 기도실 장식에는 무려 4000플로린이 사용됐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2억 원이 넘는 거액이다. 수도원이 예치금 형태로 보관하고 있던 스트로치 가문의 돈이었다.

책은 메디치 가문을 비롯해 바르디 가문, 스트로치 가문, 브란카치 가문 등 르네상스 시대의 대상인들이 인문학자를 후원해 자신들의 지배이념을 만들어 내고 르네상스 시대의 창조적 공간을 창출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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