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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17일(金)
病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 못한 유전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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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탄생 / 홍윤철 지음 / 사이

건강이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적응’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개체가 단독으로 건강한 상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적응’ 여부가 건강을 결정짓는다는 말이다. 그럼 질병은? 저자는 “질병의 원인은 ‘환경의 변화’와 ‘유전자의 적응’ 사이에 나타나는 격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논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인류는 오랜 기간 수렵채집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현생 인류의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수렵채집 생활에 맞게 적응해 왔다.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된 수렵채집 환경에 적응해온 인류의 유전자가 최근 1만 년 동안 이뤄진 ‘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

특히 인류를 둘러싼 환경은 빙하기 이후 지리적 대이동과 문명의 팽창, 농업혁명 등으로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하게 변했다. 이에 비해 인간의 유전자는 농업혁명 이전 수백만 년 동안 고착화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 생활습관, 자연환경에 맞게 형성돼 왔다. 둘 사이의 격차가 다양한 질병을 초래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논지다.

저자는 이를 “유전자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 상태가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환경에 대한 이 같은 부적응은 오늘날 고혈압, 당뇨병, 알레르기 질환, 암과 같은 질병의 유행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는 개인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인류의 생활환경을 크게 변화시켜 질병을 초래한 환경 요인으로 먹거리·기후변화·햇빛·오래달리기·술·담배·산업혁명·화석연료 등 8가지를 꼽는다.

이 중 먹거리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야채, 과일, 견과류뿐 아니라 육류 등 다양한 음식을 통해 영양 섭취를 했던 수렵채집 시기에서 농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밀, 쌀, 옥수수 등 단일작물을 통한 영양 섭취 시대로 바뀌었다. 에너지원을 곡류에 주로 의존하게 되면서 탄수화물 섭취는 몇 배나 늘어난 반면 음식 섭취의 다양성은 줄어들게 됐다. 결국 농경 생활로의 전환은 영양소 섭취의 질적 측면에서 보면 수렵채집 시기에 비해 나빠졌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먹거리의 변화는 농경 사회의 변화된 환경에서 노출되는 여러 가지 병원체의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려 감염성 질병에 걸리게 한 이유가 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게다가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영양 섭취는 초기 인류뿐 아니라 농업혁명 이후 작물에 의존하던 시기의 영양 섭취와도 크게 달라졌다. 과다한 당분 섭취와 동물성 지방의 섭취는 현대인의 질병 상당수를 초래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 저자는 “이러한 영양 환경의 변화에 인간의 유전자가 적절히 대응할 만큼의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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