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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17일(金)
소꼬리로 사는 것보다 닭머리로 사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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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싸워 누를 수 있다는 ‘기적’에 대한 열망 때문일까. 싸움을 말할 때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만큼 인구에 회자되는 이야기도 드물다. 이야기 속에서 이스라엘의 양치기 소년 다윗은 돌팔매질 하나로 키가 210㎝나 되는 블레셋의 위대한 거인전사 골리앗을 쓰러뜨린다. 사람들은 이를 누구도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투에서 한 나약한 소년이 ‘기적’적으로 승리한 것이라고 여긴다. 3000년 동안이나 전해 내려온 이 생각은 과연 옳은 것일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다윗의 승리는 기적적인 승리일 뿐,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일까.

이 책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는 커다란 오해일 뿐,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승리한 것은 기적도, 놀랄 만한 일도 아니라고 역설한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와 ‘블링크’, ‘티핑포인트’ 등 책을 발표할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이슈를 불러일으킨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에 따르면 다윗은 철저하게 약자의 강점을 이용해 골리앗에게 승리를 거뒀다. 투석은 고대 전투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다. 기병 보병 발사병 등 세 종류의 병사들이 물고 물리는 균형의 한 축을 이룰 만큼 전투에서 돌이나 활을 쏘는 투석은 중요했다. 골리앗은 일대일 결투를 생각하고 나섰지만 다윗은 애초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맹수들로부터 양을 보호하며 터득한 방식 그대로 투석병으로서 골리앗과 싸울 생각이었던 것. 갑옷을 입지 않은 다윗은 물매를 돌리는 기술과 민첩함을 무기로 골리앗의 빈틈을 공략했다.

반면 골리앗은 큰 덩치와 45㎏이 넘는 갑옷 탓에 발도 느리고 근거리 전투만 가능했다. 게다가 말단비대증을 앓아 그 합병증으로 시력에 큰 문제가 있었다. 강자도 사람들의 생각만큼 강하지 않고 약자도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저자는 ‘다윗과 골리앗’은 보통사람들이 거인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책이다”며 “여기에서 ‘거인’이란 군대와 힘센 전사에서부터 장애, 불운, 그리고 압제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강력한 적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책엔 평범하든 비범하든,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이에 대응해 결국은 다윗과 같은 승리를 거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난독증에 걸려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던 소년 데이비드 보이스는 청각을 발달시켜 들은 내용을 적지 않고 암기하는 능력을 키워 MS의 반독점 소송을 담당한 유명 변호사가 됐다. 보이스처럼 독특한 시련의 장점을 활용해 승리한 ‘바람직한 역경’을 겪은 사람은 의외로 많다. 게리 콘 골드만삭스 회장 등 성공한 기업가들 중 3분의 1이 난독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 런던시립대의 연구 결과다.

150년 전 프랑스에서 ‘살롱’은 화가들에게 전부였다. 심사를 통과해 살롱 전시회에 출품해야 비로소 전문 화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납득이 안 되는 그림을 그렸던 클로드 모네, 에드가르 드가, 폴 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은 살롱 심사단으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들은 카페에 모여 살롱의 문을 계속 두드릴 것인가, 아니면 박차고 나와 독자적으로 전시 행사를 열 것인가를 놓고 밤마다 논쟁을 벌였고, 결국 기존 질서를 박차고 나왔다. 저자는 “인상파는 옳은 선택을 했고, 바로 그 결정이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이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말한다.

전쟁의 역사를 보면 크고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승리하는 확률은 71.5%다. 28.5%는 작고 가난한 나라가 이겼다. 여기까지는 통념과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베트남의 게릴라전처럼 강대국의 룰을 따르지 않고 다르게 접근한 전투에서는 약소국의 승률이 63.6%까지 올라간다. 작고 약하다고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큰 연못의 작은 물고기-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이야기도 흥미롭다. 사람들은 무조건 더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명문 대학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더 낮은 대학에 가서 우두머리로 활약하며 성장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많다. 큰 연못으로 뛰어든 똑똑한 학생이 자기보다 더 큰 많은 물고기들을 보고 기가 꺾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닭머리가 될지언정 소꼬리가 되지 말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군대와 힘센 전사에서부터 장애, 불운, 그리고 압제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강력한 적’인 거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야기는 현실을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 또 약자에게 오만한 강자에게는 권력과 힘이 갖는 한계를 설명하며 그 힘을 사용하는 데 신중하고 겸손하라고 충고한다.

“이 책은 힐링을 주제로 하는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약자가 강자를 능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전략적 방법론을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실의에 잠겨 있는 많은 약자들이-회사에서든 사회에서든, 아니면 정치적으로든-희망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을 맡은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의 말이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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