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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17일(金)
편의점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자본주의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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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사회학 / 전상인 지음 / 민음사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 편의점 수는 2만4559개, 인구 2075명당 하나인 셈이다. 인구 대비 밀도로 따지면 편의점 발상지인 미국은 물론 최대 발흥지인 일본과 대만을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숫자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거리에서 편의점은 파출소나 우체국보다 더 찾기 쉬워졌고, 상업적 기능뿐 아니라 공공 업무, 문화적 역할까지 흡수하며 복합생활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편의점은 언제부터인가 편리함보다는 좀 애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업화되고 매뉴얼화된 시스템, 모든 것을 표준화시키는 글로벌 자본주의, 24시간 서비스와 무한경쟁, 일상 소비주의 등에 의해 탄생하고 뻗어나간 편의점이 이 시대의 화려한 ‘겉’과 화려함에 대비돼 더 초라해 보이는 ‘속’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고, 현금서비스를 받고, 택배를 부칠 수 있는 편리함 바로 옆에 우리 시대 어두운 구석들이 피곤한 민낯으로 서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4시간 편의점의 운영 논리만 봐도 돈만 지불한다면 언제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본주의 논리이고, 똑같은 상품구성은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표준화시켰다. 편리함을 내세워 동네 구멍가게를 밀어냈고 깜깜한 어둠 속에 홀로 불을 밝힌 편의점을 지키는 사람은 저임의 아르바이트생이다. 주머니 얇은 88만 원 세대와 학원 뺑뺑이를 도는 학생들이 끼니를 때우는 곳 역시 편의점이다. 그래서 편의점 구석에서 홀로 컵라면을 후루룩거리거나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영화나 드라마속 장면은 후미진 인생의 쓴맛을, 모자라고 서글픈 인생의 한기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컷이 됐다.

‘아파트에 미치다’를 통해 한국 아파트 문화를 분석했던 저자는 편의점을 둘러싼 이 같은 풍경과 이면을 파고든다. 저자는 구체적 수치를 동원해 편의점이야말로 자본주의, 소비주의, 합리주의, 세계화를 대변하는 창구이며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를 읽어낼 수 있는 척도라고 분석한다. 한국에서도 편의점은 도시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과시적 소비를 하는 이국적 장소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을’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편의점은 20, 30대 젊은이들이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고 담배와 술, 복권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장소로 정착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 구성과 달리 ‘빅 3’가 편의점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른바 촛불시위 땐 주변 편의점이 엄청난 특수를 누리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벌어졌다.

이에 저자는 사회학자 파인스타인 부부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3가지 선택 방안을 들어 이 같은 현실에 대한 ‘가능한 미래’를 진단한다. 첫째는 형편이 점점 악화돼 마침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앞당겨 실현되는 것이다. 현재가 나쁠수록 좋다는 급진적 입장이지만 성사 가능성이 낮다. 둘째는 현 상황 속에서 최대한 이익을 얻는 것으로 실용적 노선이지만 현 사회체제를 정당화하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 대안은 공공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저자가 꼽는 현실적 대안이다. 시장의 독점을 견제하고 권력의 횡포를 감시하는 집단적 행동은 물론 개인적 차원에서 부단한 자기 성찰로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자부심을 유지할 때 희망이 열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편의점 전성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지속적 노력이라며 편의점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 사회 공동체에 대해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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