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도래하는 공동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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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하는 공동체(조르조 아감벤 지음, 이경진 옮김 / 꾸리에) =‘호모 사케르(Homo Sacer)’라는 개념으로 국내 지식사회에도 잘 알려진 아감벤의 철학적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책이다. 호모 사케르는 벌거벗고 성스럽지만 인간의 법과 신으로부터 모두 배제된 잉여적 존재를 뜻한다. 발터 벤야민의 가장 왕성한 후계자로 꼽히는 아감벤은 이 책에서는 유토피아적 삶을 제시한다. ‘임의적 특이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구현된다. 임의적 특이성의 성격은 어떤 정체성에도 귀속되지 않고 자기 자신의 ‘그렇게’로 존재하는 것이다. 아감벤은 ‘외부의 내부’ ‘톈안먼(天安門) 시위’ 등 19개 소재를 키워드로 정체성의 문제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새로운 정치와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로서의 인류학자(클리퍼드 기어츠 지음, 김병화 옮김 / 문학동네) = 20세기 후반 해석인류학과 상징인류학을 이끈 저자의 후기 대표작이다. 레비스트로스, 에번스프리처드, 말리노프스키, 베네딕트 등 주요 인류학 저자들의 텍스트에 담긴 문학적 상상력을 분석했다. 기존 인류학이 문화를 과학적으로 조사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안에 몰두했다면, 이 책은 세계 정세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인류학의 성격을 성찰한다. 인류학이 단 하나의 진리를 발견하는 과학이 아니라 다층적 해석을 유도하는 글쓰기라는 저자의 주장은 과학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당시 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키케로 노트(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황현덕 옮김 / 수린재) = 로마의 정치가이자 웅변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기원전 64년 집정관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동생인 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선거 전략을 정리한 책이다. ‘모든 이에게 모든 약속을 다하라’ ‘지지기반을 넓히라’ ‘경쟁자의 약점을 유권자에게 상기시키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라’ 등 지금 시대에 적용해도 교과서처럼 쓸 수 있는 조언들로 채워져 있다.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진영에서 선거 참모들에게 읽혔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어 가치를 인정받는 책이다.

★신사임당, 하이테크놀로지를 만나다(김세서리아 지음 / 돌베개) = 신사임당은 흔히 모범적 현모양처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신사임당’은 이처럼 유교 이념에 기반한 가부장적 사회에 순응하면서도 한편 억압을 느끼고 고통받았던 다면적 여성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책은 전통 유교 사회와 비교해 하이테크놀로지의 시대로 불리는 현대 사회에 여성의 삶과 역할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시대적 변화가 여성의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꼭 해봄직한 흥미로운 물음들을 둘러싸고 과거와 현재, 고전 문헌과 현대 텍스트, 일상생활과 전문담론 영역을 넘나들며 고찰한다.

★한국 근대미술을 빛낸 그림들(정준모 / 컬처북스) = 2000년대 초반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근대 미술전’을 총괄 기획한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저서다. 근현대 작가 92명의 작품 108점을 수록했다. 김기창 김인승 김환기 박수근 변관식 오지호 유영국 장욱진 등의 작품 중 미술사적 의미가 큰 작품 위주로 골랐다. 1956년 국전 문교부장관상 수상작으로 행방을 알 수 없다가 저자가 개인소장자로부터 찾아낸 안상철의 ‘전(田)’을 비롯, 김인승의 ‘봄의 가락’, 장운상의 ‘첼로와 여인’ 등 한국은행, 국회도서관 소장품도 포함됐다. 책 말미에 근대미술사 개론과 연표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