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본 ‘그때 그곳’>70년대 풍미한 ‘연다방’… 조용남·이장희 ‘포크 아지트’

서울 무교동에 있었던 연다방은 1970년대를 풍미한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 포크 가수들의 아지트였다. 이들은 뜨거운 청춘의 집결지인 ‘연다방’이나 ‘샤모니 빵집’을 근거지로 삼았다.

이장희는 연다방에서 어슬렁거리다 가장 늦게 쎄시봉 모임에 합류하며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와 함께 어울렸다. 연다방은 사통팔달의 뉴스 센터였고 개업 때인 1965년부터 있었다는 ‘미스 김’을 통하면 파트너 조달, 미팅은 물론 결혼중매도 척척 이뤄졌다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까지도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모르고 ‘미스 김’으로만 불렸다. 하지만 ‘미스 김’은 단골 가운데 누가 박사학위를 따고, 누가 실연을 당했는지 등을 훤히 꿰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공중전화에서 애인에게 전화를 돌리고 돌리다가 손가락이 마비되는 듯한 아픔을 느끼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 애틋한 사랑과 이별, 즐거움과 안타까움, 후회 등 갖가지 기억들이 다방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연다방 별실이 있었는데 선착순이었다. 늦게 가면 자리를 잡을 수 없었던 것. 이곳에서는 단체 미팅이 이뤄지기도 했다. 많은 대학생들의 사랑방이었던 연다방은 1980년대 후반 지금의 한국무역보험공사 건물로 바뀌었다. 1970년대 초 기준으로 서울에 있었던 3700여 개의 다방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 다방은 광화문의 ‘귀거래’였다. 해방 직전에 개업한 이 다방은 음악과 전화가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중에는 이 다방에도 공중전화가 설치됐다.

광화문의 일부 다방은 불경기를 겪을 때는 낮에는 다방 영업을 하다, 밤에는 비어홀로 얼굴을 바꾸기도 했다. 다방에서 서빙하는 사람을 ‘레지’(레이디라는 뜻)로 불렀다. 주방장을 통해 취직이 되기 때문에 레지는 주방장이 주재하는 면접을 통과해야 했다. 그래서 ‘레지는 주방장을 거쳐 손님에게로…’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다방 분업체계도 재미있다. 주방장 밑에 세컨드가 있고, 그 밑에 시다라는 직종이 있었다. 차를 끓이는 것이 주방장이고, 세컨드는 차를 내고, 시다는 찻잔을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