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사진작가 김아타의 色卽是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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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논설위원

‘색불이공 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반야심경’의 중심 사상을 압축한 구절로 ‘색과 공은 다른 것이 아니며,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는 뜻이다. ‘색’은 형태를 가진 물질이나 눈에 보이는 현상을 나타낸다. ‘공’은 텅 빈 것, 무차별의 세계, 고정되지 않은 상태 등을 의미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대상은 그때그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그 너머에 본질과 실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둘이 별개의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일깨운다.

“예술이 인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세계적 사진작가 김아타(58)의 화두(話頭)도 ‘색즉시공’이다. 작품 활동을 하며 “때로는 힘들어서, 때로는 답을 찾지 못해, 또 때로는 벅찬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서 울었다”는 그가 “색에서 빛을 찾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보이는 현상과 그 너머의 실체’다. 이주향 수원대 철학과 교수는 그 작품을 두고 “단순히 추억도 아니고, 기록도 아니고, 고발의 수단도 아니다”며 “보이는 사진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의미를 일깨우기 위한 구도(求道)의 흔적”이라고 설명한다.

김아타는 ‘인도의 사상’과 그 자체로 완전한 세계를 상징하는 ‘만다라’를 합친 조어(造語) ‘인달라(Indala)’를 이름으로 내세운 작품을 시리즈로 내놓아 왔다. 세계 주요 도시 12군데를 각 1만 컷씩 찍어 각기 중첩시킨 ‘도시 인달라’ 12점도 그 일부다. 도시의 형상은 모두 사라지고 안개나 먼지인 듯한 ‘그 무엇’이 뿌옇게 채우고 있다. ‘무(無)’이면서 그 속엔 수많은 구체적 대상이 추상으로 녹아 들어 있는 것이다. 인도의 델리를 찍은 작품을 완성한 직후의 소감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복잡한 도시, 혼란스러운 도시, 인간의 도시에서 만났던 모든 것이 사라진 사진에 불에 타고 남은 재를 닮은 회색이 채우고 있었다.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허망함에 웃었고, 또한 그 장엄함에 울었다.”

김아타가 ‘또다시 출발하는 김아타’라는 의미의 ‘리아타(Re-Atta)’전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갤러리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지난 9일 시작해 오는 2월 7일까지 이어간다. 국내에선 6년 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인달라’ 시리즈를 포함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표현하는 ‘색즉시공’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인간을 비롯한 세상 만물 간에 얽혀 있는 관계를 새삼 곱씹어보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