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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고금평 기자의 컬처홀릭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22일(水)
유재하가 들어도 만족할 오리지널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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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고 유재하의 음악이 고음질 LP(Long Playing·아날로그 레코드 음반)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CD보다 크고 두껍고 무거운 이 음반이 자랑하는 것은 사운드입니다.

이날 마침 국내 청음 장소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 2층에서 CD 음질과 비교하며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들어보니, 소리의 질감이 한층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졌습니다. ‘텅 빈 오늘밤’을 들을 땐 CD에서 듣지 못했던 기타 연주가 LP에선 생생히 들렸고, ‘우리들의 사랑’에선 전체 사운드가 기계로 깎아 평준화시킨 음이 아닌, 하나하나 시퍼렇게 넘실대는 모습으로 심장에 박혔습니다.

이 LP는 매력적이었습니다. CD로 들을 때도 유재하의 기본적인 악곡 편성이나 유려한 멜로디, 리듬 및 오케스트레이션 구성이 워낙 단단해 대체로 만족도가 높았는데, 고음질 LP로 들으니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거금을 들여 이 음반을 독일까지 가서 작업한 씨엔엘뮤직 관계자는 “기존 1집 LP의 재발매가 아니라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가 가진 사운드를 구현하자는 목표로 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유재하가 만들려고 했던 사운드 그대로를 담으려는 시도였다는 의미였습니다.

고음질 LP는 녹음 상태도 좋고 품질도 좋지만, 아날로그 작업을 하면서 원래 레코딩보다 곡 길이가 늘어나는 한계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LP에는 최초로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한 유재하의 ‘연습곡’이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돈 매클린의 ‘빈센트(Vincent)’가 그것인데, 유재하는 이 팝송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매클린보다 더 정교한 발음으로, 따뜻하게 표현해낸 이 완성품은 그의 내공이 과연 어디까지인지를 확인시켜줍니다.

음반사 측은 “그의 본질이 작사, 작곡, 편곡, 연주를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대표적인 이름이기에 남의 곡을 부른 걸 넣을지 고민했다”며 “그러나 유족들이 오랜 시간 기억하고 추억해준 팬들을 위해 선물로 내놓겠다고 해 담았다. ‘빈센트’처럼 직접 노래하고 연주한 곡이 아직 집에 더 남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1987년 1집을 내놓고 그해 11월 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재하. 26년 만에 내놓은 그의 음반과 다시 마주하니, 우리 음악계가 진 빚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재즈 코드를 도입해 한국 발라드의 지평을 넓히고, 후배 가수들에게 팝의 ‘영원한 교과서’를 만들어준 공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합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오늘의 음악을 다시 생각합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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