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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24일(金)
오지 빈민들에 ‘빛’ 선물하는 티베트 ‘굿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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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태양 / 데이비드 올리버 렐린 지음, 김병화 옮김 / 혜화동

불과 5분의 수술시간. 회복하는 데는 단 하루. 수술비용 20달러. 시력을 잃은 한 사람에게 온전한 세상을 되돌려주는 ‘히말라야 백내장 프로젝트’의 백내장 수술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백내장은 보통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저개발 국가에서는 영양결핍, 자외선 과다노출, 고된 노동, 기본적인 의료처지의 부재 등으로 빈민들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발병한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증상과 질병이지만 경제적인 여유도 없고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의 소외된 빈민들은 속절없이 시력을 잃고 나머지 생을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낙후된 환경과 가난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티베트의 오지마을로 백내장 환자를 직접 찾아가 수술을 해주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두 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네팔의 가난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가족과 주민이 간단하게 치료나 예방이 가능한 사소한 질병으로 숨지는 비참한 의료 현실을 목격한 뒤 안과의사가 된 신중한 성격의 산두크 루이트. 한때 전문 등반가를 꿈꾸던 왕성한 에너지의 미국 하버드의대 출신 제프리 태빈. 여기에다 이 프로젝트에 4년 동안 동행한 논픽션 작가인 저자도 이야기 속으로 기꺼이 끼어든다. 저자는 단순한 관찰자의 시선만 유지하는 게 아니라 이 두 의사의 삶을 들여다보며 응원한다. 그러니 사실상 이 책의 주인공은 안과의사인 루이트와 태빈, 그리고 저자까지 3명인 셈이다.

책은 서로 정반대의 대륙에서 태어나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안과의사가 어떻게 각자 성장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됐는지, 또 엄청난 보수와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는 선진국의 대형 병원들을 마다하고 왜 티베트의 오지를 헤매며 환자들을 찾아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또 이들이 어떻게 ‘의료접근성 문제로 인한 모든 실명을 근절하겠다’는 무모해 보이는 목표를 세우게 됐는지, 티베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전 세계의 저개발 국가로 어떻게 퍼져나가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저자는 이들 두 의사와 네팔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오지마을 라수와를 비롯해 빈곤에 시달리는 네팔의 곳곳을 동행하며 환자들의 생활상을 인터뷰하고 수술 전후의 과정을 지켜봤다.

책에는 거친 산길을 차로 달리고, 험한 산줄기를 걸어 넘으며 환자를 찾아가는 과정부터 백내장으로 실명의 위기에 처한 이들의 딱한 사정, 그리고 수술과정과 극적인 개안의 감동이 능숙한 솜씨의 문장 속에 세밀하게 담겨 있다. 글은 생생하다.

수술로 눈을 뜬 어린 형제가 눈을 가린 붕대가 벗겨지자 놀라서 꼼짝 않고 웅크리고,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 등의 묘사를 읽다 보면 콧날이 시큰해질 정도다.

책에는 전 세계에 예방 가능한 실명장애인의 수를 한 명씩 줄여나가고 있는 두 의사의 영웅담뿐만 아니라,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함에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난한 나라의 환자치료가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도 담겨 있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실명할 위기에 처해 있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삶을 바꿀 수 있는 치료를 해주기보다는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이 야간운전을 더 잘하거나 날아가는 골프공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간단한 처지에 의사들이 더 몰두하는 현실. 누구나 타개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이런 현실의 높은 벽을 수술 절차의 합리화와 단순화로 뛰어넘고 있는 두 의사의 신념이 자못 감동적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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