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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24일(金)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벌인 ‘가장 어리석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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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재들 /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 송정은·황지현 옮김 / 글항아리

베트남전은 미국의 치명적 실수였다.

이 전쟁으로 베트남 전역은 초토화됐고, 미국은 막대한 경제적 군사적 손실을 입었으며, 무엇보다 미국은 국제적 위상과 정당성에 최악의 상처를 입었다.

미국은 왜 이런 짓을 저지르게 됐을까.

전쟁을 이끌었던 미국 수뇌부가 빠져들었던 오만의 함정 깊숙한 곳까지 파헤친 이 논픽션 역작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책은 베트남전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벌인 가장 어리석은 일’로 압축한다.

책은 베트남 전쟁의 문제에 당면해 숨겨진 사실들을 찾아나선 기자 데이비드 핼버스탬이 4년 동안 몰두해 집필한 저술이다. 한국어번역판으로 1104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무려 500여 차례나 인터뷰를 할 정도로 조사 범위는 방대했다. 심층적이면서도 해설적인 글쓰기 덕분에 책은 뉴저널리즘의 대표작으로도 꼽힌다. 전쟁의 막바지였던 1972년에 출간됐다. 그 후 20년 동안 총 165만 부 판매기록을 세웠다. 그의 글은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알리는 파종기 역할을 한 셈이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일하면서 미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쓴다는 이유로 케네디정부로부터 갖가지 압력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 책을 집필하면서 권력에 맞섰다.

저자는 이 전쟁을 케네디행정부의 인재들이 시작한 사실에 주목한다. 그는 세계 지성계의 희망 아이콘이었던 케네디가 전쟁을 시작했다는 아이러니를 설정하면서 책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금세기 가장 유능하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남북전쟁 이래 가장 나쁜 비극을 기획하게 되었는가?” 그는 총명한 수뇌의 이성이 가졌던 신념과 낙관적 비전이 모두 착각이었다고 역설한다.

무엇보다 케네디정부는 베트남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 전쟁은 본질적으로 프랑스 지배에 대한 반식민을 주장하는 베트남의 민족주의였다. 미국은 공산진영의 확대로 해석하고 확산의 도미노현상을 우려했다. 대단한 착시현상이었다. 단순한 합리성에 기반했을 뿐 베트남의 실상에 대한 치밀한 사실조사가 결여된 상태로 ‘전쟁 개입’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 실책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훌륭한 기자들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스스로 계몽되어 계몽적인 기관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라서 케네디 사람들을 좋아했고, 그들이 추구하는 내용과 똑같은 것을 지향했다. 게다가 대통령 자신의 특출한 스타일과 기자들을 다루는 자신감과 편안함, 텔레비전을 활용할 줄 아는 탁월한 능력, 아찔할 정도로 깍듯한 매너 등은 그가 죽은 뒤 엄청난 신화를 만들어냈다.”

국무장관이었던 딘 러스크의 오판, 베트남전 최고 작전의 사령탑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미숙한 경험과 맹목적인 태도, 미국이 알지 못한 베트남의 내부양상에 대해 저자는 생생하게 묘사했다. 뛰어난 지성과 명문 학교 졸업장을 자랑으로 삼는 이 행정부는 전문 지식인들에게 그 어떤 자문도 듣지 않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

맥나마라 국방장관에 대해 저자는 “미국의 급속한 기술적 성장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며 “그는 바보였다”고 꼬집는다. 전쟁이라는 수량화할 수 없는 문제를 수량화했고, 그것을 맹신했다는 이유에서다. 맥나마라는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에 특별전담반을 설치, 베트남에서 이뤄진 폭격기의 출정횟수, 월별 폭탄투하 종류, 폭탄투하의 위치와 수 등을 분석하는 이른바 ‘전쟁의 계량화’를 통해 베트남전 승리를 확신했다.

경제학자이자 케네디의 특별보좌관이었던 월트 로스토는 공군에 대한 기이한 믿음에 사로잡혔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기를 보유한 미국은 언제든 마음대로 후퇴할 수 있었다고 봤으며, 폭격에 대한 자신감과 마술에 사로잡혔다.

그는 젊은 시절 유럽의 폭격지점을 고른 경험이 있었다. 적절한 지점에 대한 폭격으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승리와 독일 전쟁기계들의 배후를 궤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폭격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증거가 많았지만 그는 폭격에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서 귀를 닫아버렸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수뇌부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깨닫고도 브레이크를 걸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베트남 전쟁이 잘못된 개입이라는 것을 이미 케네디정부가 깨달았지만 뒤를 이은 존슨 대통령의 야망과 관료계의 경직성과 자유주의와 무력에의 자기낙관 등 때문에 비극적 전쟁을 계속하게 됐다고 해석한다. 책은 이러한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시키고 이를 보도하도록 주도했던 정부와 군부의 잘못을 파헤치고 이에 개입한 사람들을 찾아냈다. 가장 뛰어난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맥조지 번디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비롯해 워싱턴 엘리트들의 복잡한 네트워크와 심리를 파고들어 치밀하게 분석했다.

냉정하게 비틀어 놓은 풍자적 글은 미국적 오만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겹겹이 싸여 있는 미국의 내면을 엿보게 해준다. 저자는 베트남전을 파헤친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책의 입지가 견고해지면서 저자의 역사의식에 대해 묻고 따지는 논의들도 여러 차례 거쳐갔다.

역사가 진행될 때는 그 안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이 개입된다. 결과에의 책임을 누가 지며 도덕성의 문제가 어디서 판정되느냐라는 어려운 문제가 동반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미국의 정의와 힘이 가졌던 외로움의 진상, 파워라는 외부적인 것에 의존했던 비도덕적인 역사적 결과에 대해 미국인들이 스스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베트남전에 대한 심층 탐색을 통해 그 모순을 밝혀낸 수준 높은 저널리즘의 고전이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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