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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24일(金)
세계 교육강국 한국·핀란드서 비법을 찾는다
‘아메리칸 드림’ 없는 美 교육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에 교육 칼럼을 기고해온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는 2010년 어느 날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결과를 분석한 표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을 포함한 세계 65개국 만 15세 학생 51만 명이 참가한 이 평가의 분석표에 따르면 2009년 미국 학생들은 수학 26위, 과학 17위, 읽기·독해 1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세계 2위였다. 이 결과로만 놓고 보면 미국 아이들과 세금을 내는 미국 시민들은 엄청난 시간과 돈을 낭비해 왔다는 결론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미국이 ‘교육 열등생’임을 뼈저리게 인식한 리플리는 이후 3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 교육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OECD 국가 중 PISA 평가에서 최상위 성적을 거둔 한국, 핀란드, 폴란드의 교육환경과 사회적 배경을 탐구했다. 이들 국가를 직접 방문하고, 400여 명의 교육 관계자를 만나고, 교환학생을 상대로 숱한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각도로 심층 취재했다. 이 책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원제:The Smartest Kids in the World)는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지난해 8월 출간된 이후 세계 최대 온라인서점인 아마존에서 23주 동안 베스트셀러로 올랐다. 교육 강국들을 관찰한 결과, 저자는 실력 있는 아이로 기르기 위해서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부모 회의나 자선 바자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라는 말이 아니다. 가장 똑똑한 아이는 교육의 질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진 부모에게서 나온다는 얘기다. 3년여의 장기 취재를 통해 저자는 한국이나 핀란드, 폴란드 역시 복잡하고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미완성이지만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좋은 성적을 내는 똑똑한 학생은 절대 학생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부모와 교육의 가치를 이해하는 정부의 노력 그리고 수준 높고 안정된 교사의 역할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 책은 부모, 학생, 교사 삼위일체가 교육의 가치에 대해 동의하고 그 열정이 교육 주체들에게 아로새겨질 때 비로소 세계적인 교육 강국이 탄생한다고 역설한다. 저자의 한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분석은 놀랍다. 저자는 미국 미네소타에서 부산에 온 교환학생 에릭을 통해 ‘압력밥솥’ 같은 한국의 교육현장을 살펴본다. “한국의 십 대들은 온갖 종류의 벽장에 갇혀 지낸다. 때로는 작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글자 그대로 벽장 같은 곳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다.” 에릭의 말은 더 직설적이다.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를 해 본 아이들은 모두 이 시스템을 경멸해요. 완전히 혐오하지요.”

저자는 이주호 전 교육기술과학부 장관, 대치동 학원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한국이 교육 강국이 된 이면을 들여다본다. “한국에서 교육은 가난 예방주사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가정환경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끼치는 영향력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명문 대학의 정원과 모두의 선망이 대상이 되는 직장은 한정돼 있다. 복권 추첨은 점점 아동 철인 경기로 변신해 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경기 말이다. 어린이들에게 적용되는 극단적인 실력 위주 시스템은 어른이 되면서 카스트로 굳어진다. 더 많은 대학들이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최고 3개 대학에만 집착했다. 배움의 동기가 되어야 하는 경쟁이 이제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저자는 한국 교육의 강점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 교육의 부작용도 어쩔 수 없이 대면한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찾은 한국 교육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아이, 부모, 교사 모두가 교육을 받는 것을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는 한국 특유의 교육열에 놀라움을 표한다. 또 부모나 사회가 아이의 목표치를 높게 형성해주고, 아이 역시 자신의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한국 교육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이 책을 통해 어릴 적 책읽기의 중요성도 새삼 일깨우게 된다. “부모가 매일 혹은 매주 읽어 주는 책을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15세가 되면 PISA 점수가 25점 높게 나온다. 거의 1년 동안 학습하는 정도의 차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더 부유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 줄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같은 사회경제학 계층에 속한 가정 중에서도 부모가 책을 읽어 준 가정의 자녀들은 PISA에서 14점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알파벳 장난감을 가지고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놀아 준 부모들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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