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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4년 02월 05일(水)
오바마의 ‘아베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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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국제부장

중·일 갈등이 연초부터 심상찮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요즘의 중·일 관계를 1차대전 전야의 영·독 관계에 비유하면서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은 현재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그만큼 위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막을 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중·일 갈등은 2014년 우려할 만한 정치·경제 리스크로 꼽혔다고 뉴욕타임스 특파원 앤드루 소킨은 전하고 있다.

중·일 간의 경제적 위상이 뒤바뀐 것은 2010년이다. 세계 두 번째 경제강국이라는 일본의 자존심은 그해 중국의 부상 앞에서 무너졌다. 위상 추락에 대한 열패감 때문인지 일본에서는 주요 2개국(G2) 개념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일본 언론들도 G2란 용어를 의도적으로 피한다.

국제정치에서 패권국이 뒤바뀔 때엔 늘 혼란과 갈등이 초래됐다. 글로벌 패권도 그렇고 지역 패권도 마찬가지다. 후진타오(胡錦濤)시대만 해도 화평굴기를 내세우며 평화로운 부상을 역설하던 중국이 시진핑(習近平)시대 들어 호전적으로 변한 것은 이 같은 중국의 경제적 위상 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최근 벌어지는 중·일 간 영토갈등과 역사전쟁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확인하려는 중국과 이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일본 간의 혈투다. 그런 만큼 중·일 갈등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에서 난징(南京) 대학살 및 731부대 만행 폭로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동아시아에서 중국 파워가 급부상하는 국면을 맞아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정책을 본격화했다. 2011년 말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포린어페어스에 아시아 리밸런싱(재균형) 논문을 기고하면서 본격화한 이 정책은 떠오르는 중국에 대항해 미국의 위상을 재확립하겠다는 선언이다. 지난해 서니랜즈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신형대국론은 피벗 투 아시아에 대한 중국식 응답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 동아시아의 패권을 인정할 때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국제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 표명인 것이다.

중·일 간 지역 패권 갈등이 군사 충돌로 비화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중국의 과잉 패권주의와 일본의 국수적 우경화를 제어할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지 않을 경우 중·일 관계는 다보스포럼의 전망대로 올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최악의 리스크가 될 것이다.

중·일 갈등 속에 끼인 한국은 역사 문제에 있어 중국과 연대해 일본에 맞서게 되는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립을 요청한 데 대해 시진핑 주석이 70평짜리 기념관으로 통 크게 화답하면서 한·중 역사 연대는 힘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정권의 행태를 묵인할 경우, 종국적으로 한국의 국민 정서를 중국 쪽으로 밀어붙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한·중 역사동맹의 형성은 한·미동맹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리밸런싱 정책은 물론, 미국의 외교전략은 근저에서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는 이제 리스크가 되고 있는 셈이다.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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