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다문화시대 ‘민족정체성’ 수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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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와 타자이해 / 이종일 지음 / 교육과학사

1980년대 이후 외국인 인구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복합적인 다문화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개념들은 아직 체계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저자는 ‘역사 속의 타자 발견’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다문화 문제를 체계화했다. 감성·윤리에 호소하거나 단편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피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한국 인종편견의 형성 요인에 대한 묵직한 역사·사회적 연구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한국 우월주의 의식은 민족개조론에 입각한 애국계몽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 시대의 조선 중심 중화사상에서 시작해 서구 오리엔탈리즘을 이식·수용한 한국식 의사 오리엔탈리즘 단계를 거쳤다는 것. 특히 한국인은 해방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근대화의 성공에서 민족우월의 근거를 확신하게 됐다. 중첩된 한국식 오리엔탈리즘은 내면화됐고,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나라나 민족에 대해서는 존중을,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나라나 인종에 대해서는 무시 폄훼하는 태도로 표출됐다.

저자는 “단순한 국제이해 교육을 넘어서는 다문화 교육과 함께 이전 시기의 국제이해 수준에서 가능했던 민족정체성과 전통문화·단일문화 등의 논리 전개에 중대한 수정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