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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4년 02월 07일(金)
‘갈라파고스’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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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논설위원

태평양전쟁 막바지 일본 열도가 미국 항공모함들에 포위되자 국가 존망의 위기를 느낀 군부는 전대미문의 인간폭탄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특별공격대(神風特別攻擊隊)’를 편성한다. 가미카제를 고안한 해군 중장 오니시 다키지로와 그 추종자들은 “신(神)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사쿠라 꽃처럼 지는 무사도의 체현자”라고 미화했다. 세계 전사(戰史)에 길이 남을 인명 경시의 결정판이었다.

이향철 광운대 교수는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말하는 ‘부유(浮遊·floating)하는 기표(記標·signifier)’의 전형으로 이 가미카제를 든다. “정치·이데올로기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미부여 및 감정이입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을 제외하고 미국 등 모든 나라에서 가미카제는 무모한 인간, 광신적인 애국자, 이해할 수도 신뢰할 수도 없는 타자, 심지어 자폭테러와 동의어로도 쓰인다.

일본의 한 지자체가 지란특공평화회관이 소장한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편지들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미카제 소재 영화 ‘영원의 제로’ 빅히트에 편승한 극우세력 경거망동의 결정판이다. 아베 신조 총리 등 군국주의 후예들은 맹목적인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의 상징’으로 가미카제 우상화 작업을 해왔다.

특공대원들의 유서 ‘출격에 즈음한 소감’이나 가족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는 ‘명령’의 유문(遺文)으로 전시된다는 상관 훈시를 들은 다음 엄격한 검열 아래 다른 병사들을 죽음의 작전에 끌어들일 목적에서 작성된 ‘지옥의 초대석’이었다.

개죽음 당한 억울한 혼령들을 야스쿠니 신사에 군신(軍神)으로 안치한 ‘삼류 사무라이극(劇)’의 광기(狂氣)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그 후안무치한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

우익 인사 권총 자살을 예찬하고 “(일왕) 폐하가 다시 살아있는 신이 되셨다”고 들먹인 인사가 아베 총리에 의해 최근 공영방송 NHK 경영위원에 임명된 것과 더불어 소위 천황제와 일본혼(大和魂)을 부활시키겠다는 수작이다.

‘잃어버린 20년’과 동일본 대지진 후 위기 의식을 느낀 일본 극우세력이 또다시 신의 기적으로 기사회생하겠다는 몸부림은 망상(妄想)일 뿐이다. 신화(神話)에 갇혀, 그들만의 진화를 계속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 일본인의 뇌와 정신마저 갉아먹고 있다. 인류 보편적 양심과 유리된 ‘부유하는 갈라파고스’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
e-mail 정충신 기자 / 정치부 / 부장 정충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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