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사과 하나도 ‘생산자 실명제’ 통해 책임지는 시대… 하물며 교육에 있어서 ‘확인 절차’ 필요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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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교원평가제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교원평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방법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원평가는 제 전문분야입니다. 요즘은 사과 하나도 농산물 실명제를 통해 생산자가 책임을 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사과 한 알과 비교할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모는 학교에 자녀 교육을 위임하고 학교는 교사에게 다시 교육을 위임합니다. 따라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책임성 부재와 책무성 부재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책무성은 학교교육이 어느 상태에 있으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를 납세자 등 관련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것과 관련된 과정을 의미한다. 197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된 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육에서의 책무성이다. 사회가 학교에 기대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이 목적들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며, 성취 기준에 미달한 학교나 기준을 훨씬 능가한 학교가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으며 그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州)들이 교육결과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교육계획의 전반을 주의회에 보고케 해 일반 시민들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육의 책무성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그런 제도적 장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합니다. 즉 각 학년에서 해당 학습기준을 다 학습했느냐를 분석, 평가하는 과정이 없었습니다. 국가가 교육의 책무성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교원평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원평가는 10년 이상의 연구를 거쳐서 시행돼야 하는데 5년 단임 대통령제다 보니 졸속으로 시행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현재 학생, 학부모, 교사, 교장 등에 의한 다면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우선 교사들이 동료교사를 평가하는 것에 저는 반대합니다. 교육은 교실에서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동료교사들이 다른 교사들의 교육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학부모 평가도 문제가 있습니다. 학부모가 얻는 정보는 자녀를 통한 2차 정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동료교사나 학부모들이 참관하는 공개수업이 있지만 이는 평상시 수업과 많이 다릅니다. 공개수업은 오랜 시간 특별하게 준비하는 것인 만큼 만약 모든 수업을 공개수업으로 한다면 3∼4년 만에 교사들이 순직할 것입니다. 학생들에 의한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생들도 교수를 평가하는 데 감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미성숙한 초·중·고등학생들에게 교사 평가권을 주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는 교장과 교감, 혹은 수업 양이 적은 부장교사만이 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장은 학교 경영자입니다. 이들은 학부모에게서 위탁받은 수업 감시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교장은 전문가 입장에서 학교를 끊임없이 순회하고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체크할 수 있습니다.”

min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