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공공기관 이전부지가 행복주택 건설 최적지

행복주택 사업만 보면 착잡합니다. 젊은 세대의 내집마련 걱정을 줄여주고, 영세취약계층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사업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당장 첫 행복주택 사업인 서울 서대문구 가좌지구 시공사를 뽑는 작업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나머지 지구 주민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행복주택 집행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마저도 답답함을 감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요.

행복주택 사업의 더딘 진행은 한마디로 준비 부족 때문이지만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행복주택의 입지에 대한 의견 수렴과 지역사회와의 합의가 매끄럽지 못했지요. 가장 중요한 행복주택 입지를 두고 지역과의 불화가 장기화하면서 위기에 처한 것이지요. 지금 상태의 진척이라면 행복주택 14만가구 건설은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주택 사업은 그동안 나온 정부의 주거복지 사업 중 취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주택의 장점은 사라지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만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지요.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 송파구 잠실 등의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초 취지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행복주택 입지부터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선, 행복주택 부지를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연계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높은 땅값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이전 부지를 행복주택을 지을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서울 중구의 한국관광공사 사옥(2881㎡)이나 마포구의 국민건강보험공단(8926㎡), 신용보증기금(2845㎡) 사옥 등은 도심권 교통 요지에 있어 행복주택 부지로는 최적지입니다.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7만9342㎡ 규모의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 경기 의왕의 한국농어촌공사 부지(9만8493㎡), 한국석유공사 안양사옥 (9877㎡) 등도 마찬가지고요. 이들 공공기관 부지는 대기업에 팔리면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외국계 자본에 팔면 ‘먹튀’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땅을 파는 정부나 공공기관으로서도 딜레마인 셈이지요. 공공기관 이전 부지 매각 논란을 피하는 길은 공익성 강화입니다. 이런 점에서 공공기관 이전 부지 일부에 행복주택을 짓는 것은 명분과 타당성이 충분합니다. 물론 행복주택 부지로 선정될 경우 용도지역 상향도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겠지요. 자치단체들도 공공기관 이전 부지 일부가 행복주택 부지로 선정된다면 용도지역 상향에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행복주택은 사회안전망 구축과 주거복지 실현으로 가는 첫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공공기관 이전 부지 일부에 행복주택을 짓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주목받는 알짜 부동산’ 공기업 이전 부지가 ‘행복주는 공익 부동산’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