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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2월 17일(月)
‘기타 넘어선 기타’ 드럼과 착착… 보컬은 절제
록밴드 넬 ‘중력’ 시리즈 3번째 앨범 뉴튼스 애플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4인조 록밴드 넬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사운드와 연주력으로 오랫동안 록신의 귀한 존재로 평가받아왔다. 오는 27일 발매되는 새 음반에서 이들은 다시 듣는 이들을 ‘호기심 천국’으로 안내하고 있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1999년 결성해 올해 15년째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록밴드 넬(Nell)의 진가는 종종 외면되기 쉽다. 멜로디를 음악 대중성의 주요 잣대로 여기는 국내 청취 패턴을 감안하면, 이들의 저평가는 더욱 그렇다. 멜로디가 아닌 사운드나 구성, 연주에서 뛰어난 감각을 선보인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등 세계적인 그룹들의 독창적인 음악적 결을 국내에서 찾을 때, 떠오르는 유일한 대안이 넬이다. 이들이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카페에서 새 음반 ‘뉴튼스 애플(Newton‘s Apple)’의 음악 감상회를 열었다. 이 음반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중력(Gravity)’ 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오는 27일 공개된다. 이 자리에선 수록곡 11개 중 아직 믹싱이 덜 끝난 3곡을 제외하고 8곡이 선보였다. 노래는 모두 가제목(假題目)이다.

감상회의 포문을 여는 ‘디퍼(Deeper)’부터 심장을 자극했다. 첫 4마디가 지나가기 무섭게, 드럼의 사일런트(묵음) 박자를 통해 연주에 재미를 안겨주는 아이디어나 기타가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피아노처럼 유려하게 뿜어내는 연주력엔 감탄사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왔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곡 ‘인세인(Insane)’은 모든 곡 중 선율이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꼽힐 만큼 대중적이었다. 낯설었다. 넬의 특기는 누구나 따라하는 쉬운 멜로디가 아니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독창적인 멜로디 전개에 복잡한 사운드 구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트랙 ‘트리스(Trees)’로 가니, 담백한 보컬과 편안한 연주가 다시 반복됐다.

이 세 곡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으로 잔상에 오래 머물렀다. 기본적인 밴드 구성으로 원초적 질감에 승부한 전반부 곡들과 달리, 후반부 곡들은 일렉트로닉 재료를 조금씩 넣어 귀맛을 차지게 했다. 특히 ‘린 온 미(Lean on me)’는 구성, 전개, 사운드 등이 유독 빛난 트랙으로, 후렴에선 흡사 호주 록밴드 AC/DC의 ‘선더스트럭(Thunderstruck)’의 도입 기타 연주를 새롭게 각색한 듯했다. 타이틀곡 ‘지구가 태양을 네 번’이 가장 쉬운 언어로 읽히고 들렸지만, 본능을 자극하고 감각을 일깨우는 다른 곡에 비해선 음악적 이음새가 약해 보였다.

새 음반 수록곡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주는 기타와 드럼의 앙상블이다. 선율 악기인 기타와 리듬 악기인 드럼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를 듣는 내내 되묻게 했다. 두 연주자 모두 어렵게 연주하진 않지만, 그 곡이 가질 수 있는 표현의 정점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시선이 쏠렸다. 이재경(기타)은 “기타로 치되, 기타가 아닌 악기로 들리게 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항상 어떤 악기의 선율도 기타로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그 곡에 어울리는 연주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새 음반은 절제의 기운도 도드라졌다. 기존 음악에서 ‘넬표’ 음악의 교과서로 정의되던 보컬 김종완의 애절하고 절절한 고음은 이번 음반에서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고, 사운드도 최대한 단순한 모드로 동물적 감각에 의존했다.

“이번 음반은 최대한 밴드적 사운드를 부각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베이직으로 돌아가려는 욕구가 강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보컬 비중이 너무 크면, 다른 악기가 죽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보컬은 밴드 사운드 안쪽에 밀어넣으려고 애를 썼죠.”(김종완)

넬이 ‘중력’이란 이름으로 시리즈를 낸 배경에는 그 단어가 주는 독특한 색깔에 대한 매력과 ‘항상 자신을 당기고 있는 알고도 모르는 느낌’ 때문이다. 새 음반은 사랑, 절망, 꿈이란 세 가지 감정을 가사에 모두 실었다. 이들의 음악이 중력처럼 듣는 이의 가슴을 잡아주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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