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간첩 증거조작 의혹 中서 못밝히는 이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 복수의 중국 전문가와 소식통들은 20일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시 당국이 한국 측에 정보를 제공할 경우 기밀 누설이나 간첩죄 등으로 몰릴까 봐 정보 제공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문서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중국 공안 당국이 비공식 루트가 동원된 문서 전달 과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공안당국은 지방정부의 하급 관리들이 비공식적으로 타국 정보기관에 문서를 넘겨주는 행위를 간첩활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정보 유출을 민감하게 여기는 중국 정부가 지방 공안당국의 타국에 대한 정보 제공 행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증거 조작 의혹사건의 본질은 실제로는 중국 공안의 방첩사건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중국 소식통들도 이날 “중국에서 상부의 허락없이 타국에 기밀·공안자료 등을 넘기면 간첩죄로 몰린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점에서 중국 해당 지방정부에서 사실대로 말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번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34) 씨의 간첩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사법당국에 증거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공식 외교 루트가 아닌 허룽시 관계자의 커넥션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승배·김병채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