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록 속에 숨어있는 천문학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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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혜성 이야기 / 안상현 지음 / 사이언스북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로 우리 조상들의 별자리를 소개한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옛사람들의 기록 속에서 혜성과 천문학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기이다. 저자는 2001년 사자자리 별똥소나기를 계기로 ‘고려사’에 기록된 별똥(meteor·유성)과 별똥 소나기(meteor shower·유성우) 기록을 분석하고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역사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혜성이 역사적으로 불운의 조짐으로 여겨져왔지만 실제로는 매우 고마운 존재라고 말한다. 근대 과학의 기원이 되는 뉴턴의 만유인력을 검증해준 천체이기도 하고,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물과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을 지구로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넓디넓은 우주 공간을 수십만 년 동안 날아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천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혜성은 우리의 다양한 옛 기록들에서 발견된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박혁거세 9년 혜성이 왕량성에 나타났다”고 쓰여있고, ‘고려사’에는 “고려 성종 8년, 혜성이 나타나자 사면령이 내리고, 왕이 스스로 반성하고 선정을 베풀었더니 혜성은 재앙이 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관상감이라는 천문학 관청에 속한 천문학자들이 날마다 하늘을 관측해 국왕과 조정에 결과를 보고하는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 보고서들 중 측우기 측정 등 기상에 관한 것이 ‘풍운기’이며 천문현상에 관한 것이 ‘성변측후단자’이다. 일정기간 계속된 천문현상의 경우 ‘성변측후단자’의 기록을 모아 ‘천변등록’으로 만들었는데, 그 천변의 종류에 따라 ‘혜성등록’ ‘객성등록’ ‘성변등록’ 등으로 불렸다. 1912년 조선총독부 관측소장으로 부임한 일본 기상학자 세키쿠치 리키치가 ‘천변등록’ 등의 자료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나타난 혜성은 모두 103개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핼리 혜성에 대해 기록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고 저자는 전했다. 연세대에 소장돼 있는 ‘천변등록’ 중 1759년 3월의 ‘성변등록’이 바로 핼리 혜성을 관측한 기록이다. 영조 때 최고의 관상감 천문학자인 안국빈과 그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천문학자 김태서가 관측한 총 25일에 걸친 기록이라고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