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모자이크에서 찾아낸 ‘문명의 흔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페니키아에서 핀 그리스 로마 / 김문환 지음 / 지성사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있는 바르도 박물관에는 ‘포도주 따르기’라는 돌 모자이크로 채색된 3세기 벽화가 있다. 하인이 따르는 포도주병에는 “건강하게 살아라”고 적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술 마실 때 건강을 챙겨 넣는 말을 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포도주 따르기’는 이 책이 소개하는 바르도 박물관의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기술로 표현된 고대 설치 미술의 대표작인 모자이크는 풍속, 사랑, 놀이, 산업, 스포츠, 학문, 역사, 신화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서구 문명의 기원으로 일컫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통틀어 엿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저자는 “튀니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모자이크 작품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서양고대사를 강의하는 저자는 모자이크를 통해 페니키아에 깃든 그리스·로마 문명의 흐름을 꿰고 있다.

저자는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 문명이 남아 있는 튀니지의 구석구석에서 찾아낸 유적과 유물 그리고 모자이크의 세계를 탐구했다. 카르타고가 지중해 왕자의 타이틀을 달게 된 비결, 통치 시스템과 신앙, 사후세계 등 다양한 사회 문명상을 모자이크를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카르타고는 북아프리카 튀니지 해변에서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 그 문명을 만든 사람들은 페니키아인들이며 그들의 본거지는 레바논이었다.

페니키아는 알파벳의 원조 문자인 페니키아 문자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고대 최고의 상업민족이었던 페니키아인들은 첨단 항해법을 이용해 터키, 흑해, 키프로스, 시칠리아, 프랑스, 북아프리카, 이베리아 반도, 대서양을 누볐다. 모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대규모 식민지들을 건설했고, 대표적인 곳이 오늘날 튀니지가 위치한 카르타고였다.

저자는 레바논도 방문해 페니키아 문명의 숨결을 사진과 글로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가는 친절하고 감성적인 글로 페니키아의 문명사를 촘촘히 새겨넣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